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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기술인력 양성, 장기적으로 봐야[기고/염한웅]

염한웅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입력 2022-07-18 03:00업데이트 2022-07-1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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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한웅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염한웅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반도체 산업 인력육성을 위한 반도체학과 정원 증설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사실 애초에 ‘반도체학’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인력은 전자공학과, 전기공학과, 물리학과, 기계공학과, 화학공학과 등 다양한 전공학과들에서 배출된다. 정부의 방향은 자동차업계의 인력이 부족하면 자동차학과를 만들고, 플랫폼 관련 인력이 부족하면 플랫폼학과를 만드는 정책과 같다. 4년제 대학을 특정 산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직업학교로, 심지어 특정 산업체의 인력을 직접 공급하는 인력 양성소라 여기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인력문제의 본질에 대한 생각이 부족한 반사작용 정책은 불균형과 부작용을 초래한다. 반도체 대기업들의 소위 ‘계약학과’라는 것들이 확대되자 중소 반도체업체들은 인력위기의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학과에 대해 지방과 수도권대학의 정원을 함께 늘린다 해도 어차피 정원을 못 채우는 지방대들은 그림의 떡이고, 수도권대학의 전체정원이 늘어나 지방대학의 미충원율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본질적으로, 인구절벽과 학령인구 급감을 통해 대학 진학자들이 크게 줄어드는데, 반대로 대학의 정원을 늘린다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반도체 산업의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 원인 분석이 없다. 반도체 산업의 확대로 이미 대학에서 가장 많은 학생을 뽑는 전자공학계열 학과들의 전공자들로 충원되기에는 부족한 상태인지, 혹은 전자공학계열의 졸업자들이 반도체기업을 선택하지 않는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 어렵다. 산업의 거시적인 구조조정에 의한 인력의 과부족이라면 대학의 전공 정원 확대가 아니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현재 교육부의 규제는 대학의 총 정원을 규제하는 것이고, 학과별 전공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으니 애꿎은 교육부를 탓할 일도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거의 모든 산업부문에서 고급전문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구절벽의 당연한 결과이고, 지난 정부에서 인공지능(AI) 인재를 양성한다고 관련 학과 등을 대폭 확대한 것도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AI와 반도체가 인력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면 기계, 화공, 바이오 인력이 더욱 줄어든다. 우리 산업의 다른 축인 자동차, 철강, 조선, 화공 산업의 인력위기는 가속화될 수 있다.

특정 산업에 대한 맞춤형 인력 양성 같은 단기적 처방으로는 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지난 20년 동안 절실히 경험해왔는데도 비슷한 처방이 거론되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어, 학부 수준에서는 튼튼한 기초와 융합적 전공을 공부하고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을 습득하여 급변하는 산업과 직업 환경에 적응할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고급 인력은 자판기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 최소 10년이 걸려야 길러진다. 최소 10년 앞을 내다보고 산업구조와 사회변화를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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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한웅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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