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권 침해 사형제 없애야” vs “2차례 합헌, 번복 이유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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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역대 3번째 사형제 위헌소송… 공개변론서 공방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2022.7.14/뉴스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2022.7.14/뉴스1
“생명권은 국가에 앞서는 권리다.”(청구인 측 대리인)

“예외적인 경우 국가는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다.”(법무부 대리인)

1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사형제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인 법무부 측은 한 치의 양보 없이 맞붙었다. 이번 재판은 역대 3번째 사형제 위헌소송이다. 2018년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A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이듬해 항소심 재판 중 “형법 중 ‘사형’ 부분은 위헌”이라며 천주교주교회의와 함께 헌법소원을 냈다. A 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 사형제 위헌 여부 놓고 치열한 공방
공개변론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먼저 청구인 측 대리인은 “(합헌 결정 이후) 12년 동안 사회가 바뀐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결론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국민은 국가가 생명권을 침해하는 데 동의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무부 대리인은 “헌재의 앞선 두 차례(1996, 2010년) 합헌 결정은 여전히 옳고 이를 번복할 사정이 없다. 사형제 폐지는 입법을 통해야 할 문제”라고 맞섰다.

헌재 재판관들은 변론 진행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인간 존엄성을 파괴한 잔인무도한 범죄 같은 예외적 경우에도 생명권만을 내세워 관용과 일정 기간의 교화로 충분하다고 한다면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청구인 측은 “그런 범죄자는 종신형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격리할 수 있다. 범죄자일지라도 우리가 한 사람의 생명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답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사형수 절반 가까이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것은 사회와 국가의 책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대리인은 “불우한 환경이 감경 요소로 작용함에도 사형이 확정된 것은 그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헌재가 참고인으로 선정한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법경제학의 관점에서 사형제의 범죄 예방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국내에는 데이터를 이용한 실증적인 분석은 없고 분석이 많이 이뤄진 미국에서도 아직 일반적인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심판정에는 지난해 한국의 사형제 폐지 촉구 성명을 냈던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 주한 유럽연합(EU)대사와 1975년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 유족 등이 방청석에서 공개변론을 지켜봤다.
○ 종단 지도자들 “사형제 폐지하라” 의견서
이날 국내 7대 종단 지도자들은 공개변론에 앞서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공동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공동의견서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손진우 성균관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천주교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천도교 박상종 교령,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죽어 마땅하다며 참혹한 형벌로 똑같이 생명을 빼앗는 방식을 국가가 선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히려 국가는 범죄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모순점을 해결해 범죄 발생 자체를 줄여나가는 예방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1996년에는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2010년에는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이 위헌 판단을 내려야 한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사형제#생명권#헌법재판소#사형제 공개변론#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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