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힘으로 ‘하늘문’ 열었다…우주 개발 독립 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1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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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선 한국이 자력으로 1.5t급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의 태양동기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우주발사체 발사국을 의미하는 ‘스페이스클럽’에 11번째, 무게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 역량으로 따지면 7번째 국가로 올라서게 된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로 고체 엔진 개발 및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누리호의 액체엔진과 함께 우주산업 생태계 활성화는 물론 원하는 탑재체를 원할 때 쏘아올릴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 세계 7번째 실용위성 자력 발사 능력 확보
자력으로 우주발사체를 보유한 국가는 10개국이다. 러시아,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이다. 이 중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북한은 300kg 이하의 위성 또는 탑재체 발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1t급 이상의 실용 위성을 태양동기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75t급의 중대형 액체 엔진을 자력으로 개발한 국가로는 7번째다.

특히 우주개발 분야에서 위성 등 다른 분야와는 달리 발사체 기술은 국가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돼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으로 발사한 ‘나로호’에 이어 ‘누리호’를 독자 개발해 발사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누리호는 발사체의 심장인 ‘엔진’은 물론 지상시험설비, 발사대, 발사운용체계 등 우주발사체 발사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독자 개발한 성과다. 나로호의 경우 추력 170t의 1단 엔진을 러시아에서 들여왔으며 발사체 제작과 시험, 발사 운용 등 관련 기술도 러시아와 공동 개발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우주발사체 기술은 국가의 우주개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위성을 하나 쏘더라도 남의 손에 의지해서 쏘는 것과 직접 실어나를 능력을 가진 것은 천지 차이”라고 말했다.
● 누리호 고도화 이어 민간 주도 우주개발 본격화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며 우리 손으로 만든 위성을 실은 누리호를 4회 추가로 발사하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도 예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2023년 발사를 목표로 한 누리호 3호기는 현재 조립중이다.

2031년에는 한국형 달 착륙선을 우리 손으로 달에 보낼 수 있는 차세대 발사체도 2031년까지 개발된다. 2023년부터 2031년까지 9년간 1조9330억 원을 투입해 누리호보다 강력한 2단형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중이다.

누리호 발사를 기점으로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우주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번 발사 성공을 계기로 누리호 개발에 함께 참여한 300여개의 민간기업이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받아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중인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은 개발 단계부터 국내 우주기업들의 참여와 육성이 목표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발사체는 지표면과 우주를 연결해주는 유일한 교통 수단으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본격적인 우주개발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라며 “우주로 나가면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일이 많다는 점에서 자력으로 발사체를 확보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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