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됐던 지방선거 후폭풍에 대구·경북 정치권 ‘시계 제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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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159명 입건… 경찰, 불법선거 관련 수사 본격화
일부 당선인은 낙마 가능성 전망… 국민의힘 경선 과정서 극심한 내홍
포항 국회의원의 공천 책임론도

지난달 25일 경북 군위군 군위읍 군위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주민들이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집회에 모인 주민
 200여 명은 “선관위는 위장전입과 금품수수 등 각종 불법 선거 행위를 제대로 감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지난달 25일 경북 군위군 군위읍 군위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주민들이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집회에 모인 주민 200여 명은 “선관위는 위장전입과 금품수수 등 각종 불법 선거 행위를 제대로 감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6·1지방선거가 끝났지만 대구·경북에서는 치열했던 선거의 후폭풍이 일고 있다. 불법 선거 관련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경찰이 불법 행위의 배후 추적을 예고하면서 일부 당선인은 낙마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극심한 내홍을 겪은 포항에서는 ‘공천 실패’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지역 국회의원에게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8일 대구경찰청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모두 159명이 허위 사실 유포와 금품 제공, 선거 폭력, 대리 투표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이 중 3명이 구속됐다. 당선인 중에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장 5명, 교육감 1명, 광역의원 1명, 기초의원 2명 등 9명이 입건됐다.

군위에서는 선거 기간 불법 행위가 잇따랐다.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한 김영만 군위군수의 처남은 주민들에게 돈봉투를 건넨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또 거소투표 제도를 악용해 불법 대리 투표를 시도한 마을 이장 등 6명이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에 잇따라 적발됐다. 불법 행위가 확인된 주민은 지금까지 22명에 이른다. 군수 선거의 당락을 가른 표차가 109표에 불과했던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거소투표는 몸이 불편해 투표소에 갈 수 없는 노약자나 장애인 등의 선거인이 우편으로 투표하는 제도다.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등을 포함한 위장 전입자 40여 명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용 위장 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군위에서 불법 선거 사건이 다발적으로 발생한 만큼 배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집중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천에서는 시 소속 공무원 2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영덕에서는 투표 강요 및 금품 살포 혐의로 10여 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사건 공소시효가 6개월인 만큼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에서는 선거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경북도당 위원장인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은 같은 당 소속 이강덕 포항시장의 3선 성공에도 박수를 보낼 수 없는 처지다. 4월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당시 예비후보였던 이 시장을 컷오프(공천 배제)시켰다. 이 시장 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재심의를 요청해 다시 경선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재경선에서 경쟁자들을 크게 앞선 이 시장은 지방선거에서 77.2%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역 정계에서는 당초 이 시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던 국민의힘 경북도당과 위원장인 김정재 의원이 공천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팀워크를 발휘해야 할 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간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김병욱 국회의원(포항 남-울릉)은 지역구인 울릉군수 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정성환 후보가 무소속 남한권 후보에게 적지 않은 표차로 패해 난처한 상황이다. 울릉 지역구 경북도의원 자리도 무소속 후보에게 내줬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 시장이 공천에서 배제됐을 당시 김병욱 의원은 오히려 이 시장을 지지한다고 발표해 김정재 의원과 이견을 노출하기도 했다”며 “이번 지방선거 후폭풍은 2년 후 실시될 총선 공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지방선거#허위사실 유포#불법선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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