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청년들, 니체 읽고 삶에 뛰어들 힘 얻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6일 1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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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젊은 시절 다룬 에세이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 펴낸 장석주 시인

가난한 집 5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상업고등학교에 다니다 학교 폭력에 적응하지 못해 중퇴했다. 마땅히 대학에 갈 형편도 되지 않았다. 호주머니에 차비 한 푼 없는 비루한 삶. 방황하던 19세 청년은 우연히 도서관에서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철학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만났다. “평화가 아니라 승리를 갈망하라”는 니체의 문장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생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피하기보단 삶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매일 8시간 씩 읽고 쓰는 삶을 시작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청년은 책을 100권 넘게 펴낸 작가가 됐다. 12일 에세이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문학세계사)를 펴낸 장석주 시인(68) 이야기다.


장 시인은 13일 통화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한 직후엔 대학에 가지 못한 내가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니체를 읽은 후 대학에 간 사람들만큼 책을 읽고 그들만큼 일하면 된다는 호기가 생겼다”고 웃었다. 그는 검정고시를 봤을 뿐 아직 대학 졸업장이 없다. 대신 1년에 700~800권 씩 책을 읽으며 공부한다.

“침울하고 자신감이 없던 청년이 니체를 읽고나선 나약함을 떨쳐냈어요. 출판사 직원으로 일하고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죠. 부자로 살진 않았지만 자식을 나아 길렀고 책을 제 돈 주고 살 정도로 살아왔습니다.”


신간에서 그는 니체의 명언을 통해 방황하는 청춘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춤추는 별이 되기 위해서는 그대의 내면에 혼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니체의 문장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자기의식으로서의 거울, 내면적 삶이 시작되는 지점으로서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사람은 그의 길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를 때 가장 높이 분기(奮起)한다”고 다독인다.

그가 ‘번아웃(burnout·소진)’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요즘 청년들이 마음에 새기길 바라는 니체의 말은 ‘아모르파티’다. 그는 “아모르파티는 고통, 상실, 행복 등 삶에서 발생하는 모든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태도를 의미한다”며 “평생 다양한 병에 시달린 니체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절망과 패배주의를 물리칠 수 있다”고 했다.

니체를 얼마나 좋아하냐고 물으니 그는 답했다.

“1980년대 출판사를 차린 뒤 니체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10권짜리 니체전집을 출판했어요. 이번 책도 니체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냈죠. 내 삶을 바꾼 스승에 대한 보은입니다. 저는 지금도 니체를 읽고 있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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