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포장지 잉크 절반만 사용”… 식품업계 친환경 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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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친환경 인쇄공장 가보니

식품업계에서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오리온의 
포장재 공장에서 공장 직원들이 친환경 인쇄기로 불리는 플렉소 인쇄기에서 생산된 포장재 품질을 검수하고 있다. 이 인쇄기는 기존 
설비보다 잉크가 약 50% 적게 든다. 오리온 제공
식품업계에서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오리온의 포장재 공장에서 공장 직원들이 친환경 인쇄기로 불리는 플렉소 인쇄기에서 생산된 포장재 품질을 검수하고 있다. 이 인쇄기는 기존 설비보다 잉크가 약 50% 적게 든다. 오리온 제공
“한방울의 잉크도 보이지 않게.”

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시동 오리온의 포장재 공장. 이곳에는 유독 잉크 냄새가 나지 않는 작업 공간이 있었다. 공장 가장 안쪽에서 인쇄기 2대가 가동되는 방이다. 이곳은 친환경 인쇄기로 불리는 플렉소 인쇄기가 돌아가는 방. 기존 기기보다 잉크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여기서 생산된 포장재는 초코파이, 포카칩 등에 두루 쓰인다. 김혜명 오리온 안산 공장장은 “플렉소 인쇄기로 수용성 잉크를 사용해 악취가 나지 않아 근무환경도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식품 포장재가 가정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자 식품기업들이 친환경 포장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아예 비닐 라벨을 없애는 무(無)라벨을 도입하는 것은 기본이고 잉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플라스틱은 종이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120억 원을 투자해 친환경 인쇄기를 도입했다. 오리온이 생산하는 제품의 80%가 이곳에서 생산된 포장재를 쓴다. 기존 설비인 그라비아 인쇄기는 음각 홈을 낸 금속판에 잉크를 채워 인쇄해 잉크 사용량이 많았지만, 플렉소 인쇄기는 고무 동판의 양각 홈에 잉크를 묻혀 인쇄해서 잉크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오리온은 플렉소 인쇄기로 연 800t의 잉크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인쇄기는 솔벤트 잉크를 사용해 빨리 마르고 인쇄력이 좋았지만 증발 과정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배출했다. 반면 플렉소 인쇄기는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진 수성 잉크를 쓴다.

편의점 CU도 자체브랜드(PB) 스낵의 포장재 제작을 오리온 공장에 맡겨 잉크 사용량을 절감할 계획이다. 오뚜기는 다음 달부터 플렉소 인쇄기를 들여와 케첩과 마요네즈, 라면 포장재의 잉크를 줄일 예정이다. 농심은 무파마탕면 묶음 포장을 기존 빨간 비닐에서 투명 비닐로 바꿔 잉크 사용량을 줄였다. 투명 비닐은 재활용 후 어떤 색으로든 만들 수 있는 반면 유색 비닐은 재활용 공정의 복잡성 등 효율도 낮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도 두드러진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햇반 용기 생산 과정에서 생기는 자투리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패키징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엔 모두 버렸던 자투리 플라스틱을 모아 명절선물세트용 트레이 등으로 다시 쓸 계획이다. 해태제과도 9월부터 홈런볼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친환경 소재로 만든 트레이로 대체할 예정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8월부터 커피 음료 ‘아카페라’의 라벨을 수축라벨로 교체했다. 수축라벨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 파쇄 과정에서 필름이 쉽게 분리돼 플라스틱의 분리배출이 용이해진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제품만큼이나 친환경 포장재와 패키징 등이 중요하다”며 “기존 제품을 개발하던 연구개발(R&D) 인력 상당수가 친환경 연구를 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품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친환경 포장에 나선 것은 가치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환경 단체 그린피스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정 내 플라스틱 배출의 78%가 식품 포장재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내식 수요가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도 지난해 12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포장재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문두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탄소배출 감소 등을 내건 파리기후협약 감축안은 불가역적이라 정부의 환경 규제는 불가피하다”며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친환경 설비의 비용은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친환경 전환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오리온#친환경인쇄공장#식품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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