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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北, 南정권교체기 ‘레드라인’ 도발… ‘힘 통한 평화’ 시험대에”

입력 2022-03-19 03:00업데이트 2022-03-2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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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평화재단 ‘한반도 안보 위기’ 전문가 좌담회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징후로 정권 교체기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화정평화재단이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안보 현안 진단 좌담회에서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왼쪽부터)이 토론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긴급 진단 북한이 5년 만에 끝내 다시 ‘레드라인’을 넘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발사 시험에 이어 7차 핵실험 징후도 감지됐다. 동아일보 산하 화정평화재단은 정권 교체기 ‘한반도 안보 위기’ 긴급 진단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북한이 올해 9차례 미사일 발사에 이어 16일에도 평양 순안공항 인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았으나 발사 직후 폭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일인 5월 10일을 전후해 7차 핵실험도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 산하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은 15일 정권 교체기를 맞아 긴박한 한반도의 안보 상황 등을 분석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에는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이 참석했다. 진행은 구자룡 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이 맡았다.》




○ 북 ICBM, 핵 보유국 향한 대미 협상용



―북한은 과거 남한 정권 교체기나 미국의 주요 선거를 전후해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이번 ICBM 성능 시험 발사 등도 대선 일정에 맞춘 것인가.

윤=북한이 세계 최대 크기로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 성능 실험을 한 것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개발이 거의 완성 단계에 왔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핵 보유 후에도 제재를 받지 않은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처럼 되고 싶어 한다. 이제 미국을 괴롭힐 ICBM 발사는 유예하고 핵이나 ICBM을 제3국에 넘기지는 않겠다며 대남 위협용 전술핵은 인정받으려고 할 것이다. 미국과 이런 협상을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전=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은 보통 군사력 증강을 위한 군사 기술적인 수요, 국내 정치적 필요성, 그리고 대외 협상용 등 목적이 있다. 이번 발사는 단기적 협상용 시위라기보다 장기적으로 미중 경쟁 시대에 핵 국가로 인정받고자 하는 과정의 진행으로 보인다.

신=북한의 행보는 지난해 8차 당 대회 때 김정은이 결정한 바를 이행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자력갱생하고 군사안보적으로 핵능력을 강화해 미국과 정면 대결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한국은 별다른 변수가 아니었다고 본다. 북한이 한국을 고려했다면 베이징(北京) 올림픽에서 한국 정부 고위층과 만나 화해 제스처를 보였을 수도 있는데 그런 옵션을 걷어찼다.
○ 北 핵과 미사일, 南 정권 교체보다 자체 일정 따라
―북한은 한국의 정권 교체와 큰 관계없이 자신들의 시간표나 장기적 목표에 따라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인데 이번 대선과 관계없이 ICBM 발사나 핵실험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인가.

윤=문재인 정부 초기 6차 핵실험과 화성-15형 ICBM 시험 발사를 했다. 그 후 한반도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30∼40차례 시험 발사했다. 북한이 남한의 대선 혹은 정권 교체기라고 해서 미사일을 발사한다고만 볼 수 없고 협상용도 아니다. 1차 핵실험은 진보 정권인 노무현 정부 때 했다.

전=대선에서 진보 후보가 이겼어도 대남 무시 전략으로 갔을 것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가 군비를 엄청 증강한 것을 보았다. 문재인 정부도 이중 기준을 내세우는 미국의 앞잡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정권 교체가 안돼도 미사일 시험 발사 스케줄을 조정했을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고 본다.
○ 7차 핵실험, 전술핵 개발용 가능성
―북한 영변 강선 평산 등에서 핵실험 재개 징후가 발견됐다. 폭파 쇼를 벌였던 풍계리 핵실험장의 3, 4번 갱도도 다시 쓸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위협, 선전 효과는 있지만 기술적인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핵개발에 필요한 실험은 다 했다는 생각이다. 다만 북한은 아직 2차 핵공격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선제 타격을 받은 뒤 2차 핵공격 능력을 가질 때까지 실험을 계속할 수 있다.

신=(선거나 정권 교체 시기 등) 남북 관계 차원에서 도발을 하기도 했지만 북한은 자체 군사적 필요성에 따라 일관되게 핵개발을 했고 필요한 시점에 테스트를 해왔다. 7차 핵실험을 한다면 전술핵 개발용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2년 동안 북한이 개발한 중단거리 미사일은 한국을 겨냥한 전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 尹 시험대에 설 ‘힘을 통한 평화’
―윤석열 당선인은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다. 정권 교체기의 북한 리스크가 차기 정부 초기의 큰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반도 4월 위기설이 상당히 가시화되고 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규모를 늘렸든 줄였든 시작되는데 북한은 도발 명분으로 삼을 것이다. 4월 15일은 김일성 생일 110년이다. 북한의 도발이 윤 당선인 취임 이후에도 이어지면 시험대가 될 것이다. 신속한 한미 공조, 북한 도발을 억제하도록 중국을 견인할 수 있는지 등이 역량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다.

윤=남북협력을 중시하는 지난 30년의 포용정책이 적실성이 있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반도를 겨냥한 북한의 핵무장만 현실이 됐다. 과거에는 중국 러시아와의 북방 외교를 통해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겠다는 북방 외교의 꿈이 있었다. 지금은 두 나라가 북한의 뒷배가 됐다.

―윤 당선인은 선제 타격 등 대북 강경 자세를 보였다. 선거 때와 달리 윤 당선인 취임 후 정부를 운영하면서 조정될 수 있나.

신=윤 당선인의 대북 공약이나 자세를 강경이나 강공이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유화정책과 대비해 강경하다고 잘못된 프레임이 씌워지고 있다. 대화의 문을 열어두되 북한이 도발하면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국가 외교안보 정책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전=억지와 제재를 유지하면서 대북 관여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윤 당선인이 ‘대화가 열려 있다’고 했는데 문재인 정부보다 더 효과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정말 ‘핵을 버릴까’(가능성은 낮지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대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韓 쿼드 가입=대중 적대’ 잘못


―윤 당선인의 한미 관계는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이 키워드다.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가입,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가입 등 한미 관계에서 문재인 정부와는 달라질 부분들이 많다.

윤=쿼드가 대중(對中) 군사동맹처럼 비치는 것은 잘못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처럼 중국 주도 체제에는 가입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것에 들어가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미국의 MD 체제 가입 문제도 지금 북한의 전술 핵무기를 실은 미사일 수백 발이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겨냥하고 있지만 우리는 방어망이 거의 없다. 미국의 MD 체제에 들어가면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고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일으킨다고 김대중 정부 이래로 들어가지 않고 있다. 우리 독자적으로 방어하겠다지만 미국에 의존하지 않으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는 실정을 알아야 한다.

전=한미 간 ‘포괄적 전략동맹’은 내용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문제다. 포괄적 동맹은 이슈의 포괄일 수도 있고 지리적 범위의 포괄일 수도 있다. 그걸 이제 결정해야 된다. MB 때는 가치동맹 얘기까지 했다. 지금은 부담되는 측면이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미국의 가치에 무조건 동조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 ‘상호 존중’ 한중 관계, 공중증은 벗어나야
―윤 당선인의 대중 관계 키워드는 ‘상호 존중’이다. 다만 3불(不) 정책을 계승하지 않는 등 저자세 외교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신=어떤 게 한중 관계의 올바른 방향인지 생각해야 한다. 중국이 원하는 걸 우리가 다 수용해 어떻게든 중국으로부터 피해 받지 않는 것이 올바른가. 그보다는 중국이 우리에게 요구를 해도 전략적 이익을 보존하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중국과 맞서거나 입장을 조화롭게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 정부는 3불(미 MD 체제 편입,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등 3가지 안 한다는 것)이 정책이 아닌 입장 표명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나왔다. 우리 스스로 잘못된 방향의 한중 관계를 만들어 갔다.

전=사드와 MD는 대중 견제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한중 한미 관계의 상위인 미중 관계에서 해결되면 이것은 굉장히 기능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윤=우크라이나 사태를 볼 때 지정학적 리스크는 숙명이다. 중국이 신흥 강국으로 등장한 동북아에서 다시 ‘권력 정치’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이 지역에서 70년 전 미국이 구축한 균형을 어떻게 유지시키느냐가 중요하다. 일본이나 호주도 한국만큼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데 왜 쿼드에 가입하나. 우리가 너무 공중증(恐中症)이 있는 게 아닌지 봐야 한다.

전=중국은 한국이 쿼드에 들어가면 반중(反中)이라고 규정해 버린다. 우리 스스로 쿼드를 어떻게 보는지 시각과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난하는 최근 유엔총회 결의에서 인도가 기권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인도는 쿼드 참가 국가지만 이해에 따라 (중국과도 같은 입장을 취하며) 러시아편을 들었다.

신=윤 당선인도 쿼드에서 기능별 협력을 먼저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국가 이익과 한미 동맹을 고려하면서 정책을 선택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외교는 ‘미국 or 중국’이 아닌 ‘미국 and 중국’의 관점이 되어야 한다.
○ 한일 관계 개선 모멘텀 살려야
―박근혜 정부 때 위안부 문제에 대해 ‘비가역적 합의’까지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일 관계는 수교 이래 최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정권 교체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은 생긴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상황을 워낙 어렵게 만들어 놔 복원이 쉽지만은 않다. 한일 관계를 지난 5년간 거의 방치했다. 국가 간 합의를 형해화시킨 뒤 뒤에 가서 유효하다고 얘기했다.

신=문재인 정부의 투트랙 기조는 역사 문제는 역사 문제로 풀고 미래지향적 협력을 하겠다는 것으로 방향은 잘 잡았으나 작동이 안 됐다.

전=문재인 정부 초기 북핵과 남북관계를 다루면서 약간 일본 패싱이 있었다. 북한의 미래나 한반도를 다룰 때 한일 관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 후보 모두 ‘일본 배싱(때리기)’이 나오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 한국의 지정학 리스크 일깨우는 우크라의 숙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강대국 사이에 끼인 한반도에도 시사점이 많다.

윤=우크라이나를 보면서 동병상련을 느낀다. 투키디데스가 말한 ‘강대국은 원하는 걸 하고 약소국은 인내해야 된다’라는 명제가 생각난다. 우리가 세계 10대 경제국가가 됐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서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전=러시아는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미국이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의 동진 중단을 약속했는데 지키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구실로 삼지만 그렇게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가 정책의 목적으로 전쟁을 불법화한 유엔 헌장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고 체결된 부전조약(켈로그-브리앙 조약)으로 전쟁을 불법화하는 시도가 나타났고 유엔 헌장에서 전쟁을 금지했다. 자위권만 합법적인 수단으로서 인정하고 있다.
○ 北 핵 미사일만 강화시킨 ‘대북 유화 정책 5년’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으려고 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 5년은 제자리걸음, 아니면 헛발질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남북관계만 좋아지면 모든 게 잘 풀린다는 생각을 했다. 북한의 의도부터 잘못 파악해서 북한의 핵무장은 기정사실화되고 최신형 전술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을 마주하는 결과를 낳았다.

신=문 정부가 대북 유화정책을 폈지만 국방비는 크게 늘렸다. 북한에 유화적으로 임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도 있었던 것 같다. 유화정책을 펴면서도 국방은 튼튼히 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했다.

전=민주주의는 과정 못지않게 국민들 의사를 실체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5년간 국민들의 대중 불안감은 높아지고 김정은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바닥이었다. 일본과의 우호 증대나 대미 안보동맹 강화에 대한 바람이 늘어났지만 반영이 되지 않았다. 정치의 ‘책임성(accountability)’ 문제다.

정리=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정리=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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