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겨울가뭄에 이례적 3월초 대형산불… 강풍이 불길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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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1, 2월 강수량 5mm 그쳐
동해안 눈도 거의 안내려 바싹 말라
불 잘 붙는 소나무 송진 ‘불쏘시개’

이번 경북 울진 및 강원 지역 산불은 3월 초에 발생했다. 평소 대형 산불은 4월 초중순에 집중됐는데 올해는 그 시기가 한 달가량 앞당겨졌다. 전문가들은 겨울 가뭄에 따른 강수량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13.3mm에 그쳤다. 최근 30년 평균(89mm)의 약 15% 수준이다. 기상 관측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양이다.

이번 산불로 피해가 컸던 대구·경북 및 강원 지역은 올겨울 강수량이 특히 적었다. 올 1, 2월 대구·경북 강수량은 5mm, 강원 동해안은 11.6mm로 같은 기간 30년 평균 강수량에 비해 각각 7.6%, 12.8%에 불과했다.

강원 동해안은 지역 특성상 보통 2월에 많은 눈이 내린다. 하지만 올 2월에는 1일과 10일 등 이틀 동안 3.4cm 내리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강원 동해안 산지는 바짝 말라 지난달 16일부터 건조특보가 발효 중이었다.

울창한 산림이 대형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해안 산지에 많은 소나무 산림은 송진 등으로 인화력이 강하고 내화성(불에 잘 견디는 성질)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상균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산불은 대기 중의 낮은 습도와 탈거리(나무), 강풍 등의 조건이 필요한데 동해안 대형 산불은 이 같은 요건이 맞아떨어진다”며 “철저한 관리로 발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형 산불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동해안 지역에 당분간 비 소식이 없어 앞으로도 산불 위험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달 13일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강수량은 추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년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4월 초중순까지 산불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2000년 강릉 동해 삼척 고성 산불은 4월 7∼15일 2만3800ha(여의도 면적의 약 82배)를 태웠고 △2019년 고성 속초 강릉 동해 인제 산불은 4월 4, 5일 2800ha(여의도 면적의 약 9.7배)에 피해를 줬다.


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악 겨울가뭄#대형산불#이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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