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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신데렐라는 콩쥐팥쥐와 왜 이렇게 닮았을까

입력 2022-01-29 03:00업데이트 2022-01-3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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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신데렐라 내러티브/하마모토 다카시 지음·박정연 옮김/300쪽·1만7000원·효형출판
크게보기세계에 퍼진 신데렐라 이야기는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1]계모의 학대를 받은 주인공이 시련을 겪는다. [2]조력자가 등장해 주인공을 돕는다. [3]무도회나 잔치 같은 화려한 행사가 벌어진다. [4]남자 주인공과 만나기 위해 시험을 거친다. [5]결혼을 하고 해피엔딩을 맞는다. 효형출판 제공
여자 주인공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다. 집안을 차지한 계모는 주인공을 하녀처럼 부리지만 곧 반전이 생긴다. 마법을 쓰는 조력자가 나타나 주인공을 돕는 것. 그 덕에 주인공은 무도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무도회에서 주인공은 운명의 짝을 만난다. 어떤 시험을 통과한 뒤 주인공은 짝과 재회한다. 주인공은 짝과 결혼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양 전래동화 ‘신데렐라’를 떠올릴 것이다. 누군가의 머릿속엔 화려한 궁정, 유리구두, 호박마차가 스쳐갈 것이다.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의 영향이다. 일본 간사이대 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에 퍼져 있다고 말한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오직 서양에만 존재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인류의 첫 신데렐라 이야기로 기원전 5세기 고대 이집트의 ‘로도피스의 신발’을 꼽는다. 당시 이집트엔 전설적인 미모를 지닌 여성 로도피스가 있었다. 로도피스는 발칸반도 동부인 트라키아 출신의 노예였는데 이집트로 팔려와 매춘부로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로도피스의 신발 한 짝을 매가 물어가 파라오 앞에 떨어뜨린다. 이 인연으로 로도피스는 이집트의 왕비가 된다. 순탄치 않은 삶을 살던 여성 주인공이 조력자의 도움으로 짝과 만나는 신데렐라 서사의 전형이다.

이 서사는 세계로 퍼진다. 서양으론 ‘양모 소녀’(터키), ‘고양이 체네렌톨라’(이탈리아), ‘상드리용’(프랑스), ‘재투성이’(독일), ‘골풀 모자’(영국)로 전해진다. 동양엔 ‘아름다운 헤나’(예멘), ‘한치 이야기’(인도), ‘콩쥐팥쥐’(한국), ‘누카후쿠와 고메후쿠’(일본)로 발전한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각 나라의 문화와 풍습에 맞춰 변하기도 한다. 아라비아의 ‘발 장식 이야기’에선 마법의 작은 항아리에서 나온 발찌가 주인공과 왕자를 잇는 역할을 한다. 사막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물건이었던 항아리가 조력자인 것이다. 티베트에 전해져 오는 ‘노예의 딸’에는 소가 조력자로 등장한다. 추운 날씨 탓에 농업보다 목축이 번성했던 지역의 이야기답다. 중국의 ‘예셴’에선 주인공이 잃어버린 신발이 매우 작은 게 특징이다. 여자의 발을 인위적으로 작게 하던 풍습인 전족이 녹아 있다.

전 세계에서 신데렐라 서사가 사랑받는 이유를 인류 문화의 보편성으로 해석하는 저자의 시각이 흥미롭다. 어디서든 여성들은 억압받았고,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조력자의 도움이 필요했고, 결혼 제도를 통해 신분 상승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 저자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남성의 도움을 바라는 여성의 전형을 만든다는 비판은 받아들이되 이 이야기를 없애지는 말자고 한다. 비운의 주인공이 시련 끝에 행복을 찾는 이야기에 빠지는 데엔 이유가 있을 테니까. 남성이든 여성이든 우리는 모두 잿더미에 파묻히기보단 호박마차를 타는 삶을 꿈꾸지 않나.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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