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규격 컵 도입’에 커피 전문점 ‘갸웃’…“소주병처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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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월 26일 0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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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직원이 종이컵을 정리하는 모습. 2019.11.24/뉴스1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직원이 종이컵을 정리하는 모습. 2019.11.24/뉴스1
“카페 일회용컵도 맥주병이나 소주병처럼 되는 건가요?”

정부가 24일 발표한 ‘일회용품 보증금제’ 시행과 관련해 커피 전문점 업계에서 의아함과 우려가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에서는 컵의 반납과 보관 등을 편리하게 하도록 일회용컵의 표준 규격을 지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업체마다 각기 다른 용량의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체마다 보유하고 있는 자체 일회용컵의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의 문제도 있다.

◇6월부터 일회용컵 반납시 보증금 300원…프랜차이즈 ‘교차 반납’ 도 가능

26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25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40일간 입법예고했다. 6월10일부터 전국 3만8000여개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보증금 300원이 부과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소비자는 음료를 일회용컵에 담아 구매할 때 보증금을 내고, 해당 컵을 음료를 구매한 매장이나 다른 매장에 돌려주면 이미 낸 보증금을 돌려받게 된다. 서로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구매한 컵을 돌려주는 경우에도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대상 매장은 전국 매장수가 100개 이상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매장으로 Δ이디야,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판매점 Δ던킨도너츠,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제과·제빵점 Δ롯데리아, 맘스터치,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 Δ배스킨라빈스, 설빙 등 아이스크림·빙수 판매점 Δ공차, 스무디킹, 쥬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는 보관·운반의 편의를 위해 컵이 포개질 수 있도록 표준 규격을 지정할 예정이다. 플라스틱컵의 경우 밑면 지름 48㎜ 이상, 윗면 지름 90㎜ 이상, 높이 102㎜ 이상이어야 한다. 종이컵은 각각 52㎜ 이상, 80㎜ 이상, 높이 95㎜ 이상이어야 한다.

서울 구로구 구로자원순환센터에서 직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을 분리 선별 작업을 하는 모습. 2022.1.6/뉴스1
서울 구로구 구로자원순환센터에서 직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을 분리 선별 작업을 하는 모습. 2022.1.6/뉴스1


◇‘표준 규격 지정’에 현장서 혼선…기존 재고 처리·컵 호환 “난감하네”

업계에서는 일회용품 저감에 대한 공감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정부 시책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미 구매해 둔 기존 일회용컵의 재고를 6월10일까지 소진하지 못할 경우 재고가 그대로 회사 부담으로 잡힐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점포가 많으므로 일회용컵 재고를 쌓아 두는데, 4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재고를 소진해야 하는 부담이 없지 않다”며 “컵은 회사 손익계산서상에 재고 자산으로 잡힌다. 전체 매출이나 비용 중 (비중이) 많지는 않겠지만 컵의 절대량으로만 보면 꽤 큰 비용이 된다”고 설명했다.

업체마다 제공하고 있는 음료 용량에 상이한 지점이 있는 만큼, 정부가 컵의 표준 규격을 어떤 식으로 지정할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는 상황이다.

일례로 스타벅스 코리아는 쇼트(237㎖), 톨(335㎖), 그란데(473㎖), 벤티(591㎖) 등 4가지 종류의 음료를 제공한다. 투썸플레이스와 커피빈, 엔제리너스 역시 355㎖와 473㎖ 용량의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디야커피의 경우 위 업체들과 달리 레귤러(397㎖), 엑스트라(624㎖) 용량의 음료가 제공된다. 할리스커피와 탐앤탐스, 파스쿠찌는 384㎖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녹여서 컵이나 음료를 운영하고 있었을텐데 정부에서 다 통일하도록 하는 상황”이라며 “컵은 맥주병이나 소주병이 아닌데, 호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빨리 결정된다면 혼선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짚었다.

또다른 유통업계 관계자 역시 “기성품(컵)을 쓴다 하더라도 정부에서 표준규격을 만든다고 한 이상 나중에도 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만약 정부가 제시한 범위 안에 들어가는 기성품이라면 괜찮지만 아니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시중에 보급된 컵을 모두 분석한 결과 모두 밑면 사이즈가 (제시한 기준) 이상이다. 그 이상 크기의 컵은 그대로 쓸 수 있다”며 “컵이 너무 작지 않고 서로 다 포개져서 수중 운반이 가능하도록 최소 사이즈만 제안한 것이고 매장에서 사용되는 컵들은 그 기준을 다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컵의) 재질로 투명한 페트를 사용하자는 것”이라며 “고품질의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프린트가 되지 않은 컵을 쓰는 것이 더 큰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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