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진 작가(41)는 3차례의 교통사고로 무너진 몸을 운동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려 엄청나게 노력했다. 운동을 통해 몸이 건강해지자 더욱 다양한 운동에 빠져들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속칭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됐다.
운동으로 교통사고 후유증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그를 2018년 11월 10일 dongA.com ‘양종구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했었다. 2020년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을 계기로 새롭게 변신한 오 작가를 다시 한번 조명한다.

돌이켜보니 어느 순간부터 혼자서 주 3회 정도 산을 오르고 있었다. 코로나19 초반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까다로워 피트니스센터 등 실내 운동을 못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산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오 작가는 “집에서 케틀 벨(Kettle Bell) 운동도 하고 혼자 달리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산을 타고 있는 나를 봤다”고 했다.
“솔직히 유튜브는 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뜩 저의 이런 모습을 기록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죠. 산에 대한 정보라기보다는 일종의 영상 에세이죠. 자연을 걷고 느낀 것을 글과 말로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초반엔 주 2회, 지금은 주 1회 씩 올린다. 정기적이지 않고 부정기적으로 올린다. “숙제처럼 되면 내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준비 됐을 때 올린다”고 했다. 마루들도 이해해준다고.
“지난해 9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후유증이 와서 한 달 반 정도를 사실상 칩거해야 했어요. 심장 쪽에 영향을 줘 격한 운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때 마루들이 ‘천천히 해라. 무리하다 더 악화된다’는 등 응원 메시지를 줘서 힘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강압이 아닌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영상을 올리고 그것을 보고 즐깁니다.”

“코로나19가 터진 뒤 속칭 MZ세대가 산에 많이 갔잖아요? 그 때 저에게 그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어요.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들이 즐겨 놀던 ‘힙한’ 실내공간에 갈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산으로 간 것입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요? 저하고 비슷한 경우입니다.”
오 작가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면 그 사람의 좋은 면만 보이듯 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산도 자주 가다보면 아 이런 것도 있었네, 이렇게 아름다웠나? 아 이런 소리도 있었네. 이렇게 좋은 소리를 왜 나는 듣지 못했지? 이런 것을 영상에 담으며 표현하다보니 산을 더 찾게 됐죠. 아주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 겁니다.”

“전 산행을 동적명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걸으면 우리 뇌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지 않아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걷는 자기 모습을 보며 집중하다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모났던 감정도 유해지죠. 산은 힐링 그 자체입니다. 많은 분들이 산에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 작가는 2014년 중반부터 2015년 중반까지 1년여 동안 교통사고를 무려 3번이나 당해 몸이 말이 아니었다. 20대부터 웨이트트레이닝 등 운동을 즐겼지만 사고로 몸이 무너진 몸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아프면 삶의 중심이 아픈 곳에 집중된다. 아프면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건강을 잃으면 돈이고 명예고 다 소용없다’는 말은 진리였다. 그래서 다시 운동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누가 들으면 거짓말이라고 할 겁니다. 운동을 지속하면서 몸이 좋아졌어요. 운동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목과 허리의 만성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팔과 다리, 몸통 등 분할운동입니다. 케틀 벨은 몸의 협응력, 전반적인 밸런스를 잡아주는 운동이었습니다. 속칭 코어를 발달시키는 운동이었는데 정말 내 몸에 좋은 효과를 줬습니다.”

몸이 좋아지면서 달리기에도 도전했다. 한국CEO연구소 강경태 소장의 권유였다. 오 작가는 “솔직히 달리는 것을 싫어했다. 달리는 사람들을 보고 ‘왜 달려야하지?’란 의문을 품었었다. 그런데 마라톤에 빠진 강 소장님의 악착같은 권유로 달려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했다.
“결승선을 통과해보지 않은 사람은 말해줘도 몰라요. 솔직히 TV를 보다 매주 10km를 완주한 4살짜리 아이가 한 말인데 정말 그래요. 달릴 때 기분, 완주한 뒤 느끼는 성취감, 해보지 않으면 정말 몰라요.”

“솔직히 산을 다녔지만 마니아 수준은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 아빠 따라 산을 가서 익숙하기는 했지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산은 소통의 공간이 됐어요. 10년 전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간적이 있어요. 하루 많게는 14시간 씩 걸었죠. 그 때 휴대폰 등 모든 문명의 이기와 단절돼 초반엔 불안했었어요… 그런데 3,4일 걷기를 반복하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 때부터 같이 간 동료들의 얘기가 들리고 자연도 보였죠.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산을 달릴 때 그 추억이 떠오릅니다.”

오 작가는 ‘커뮤데이아’ ‘몸이 답이다’, ‘달리기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 등 5권의 책을 냈고 지금 6번째 책을 쓰고 있다. 작가였던 그는 이젠 작가에 더해 유튜브 크리에이터, 방송인까지 ‘1인다역’을 하고 있다. 모두 운동이 준 혜택이다.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운동을 즐기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