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박근혜 수사 인간적으로 미안”… 오늘 TK 찾아 보수 표심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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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서 밝혀

尹, ‘공정과 공존’ 주제로 청년들과 간담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공정과 공존’ 등을 주제로 청년들과 함께한 간담회 자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尹, ‘공정과 공존’ 주제로 청년들과 간담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공정과 공존’ 등을 주제로 청년들과 함께한 간담회 자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는 공직자로서 제 직분에 의한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정서적으로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가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최근 특별 사면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윤 후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 탄핵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자칫 자신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윤 후보는 29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과 충북을 찾아 보수 표심 잡기에 나선다.

○ 尹, 연이어 “우리 박 전 대통령”
윤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뵙겠다고 찾아가는 것이 그분의 건강 회복에 과연 바람직하겠느냐. 지금은 우리 박 전 대통령의 조속한 건강 회복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지칭할 때마다 연이어 “우리 박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 급작스러운 사면 이후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사실이 다시 부각되자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서는 “전직 대통령이 장기간 수감되는 모습이 국제적으로나 국민 미래를 위해서나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가 향후 정계 개편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향후 정치 구도와는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당선 시 여소야대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여소야대라서 일을 못 한 게 아니다”며 “문재인 정권이 국회 180석을 가지고 있다고 과연 성공한 행정과 정치를 했다고 국민 누가 인정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이) 오히려 무도하게 마음대로 하다가 국민들 외면만 받게 됐기 때문에 여소야대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尹 “확정적 중범죄 후보와 토론 어렵다”
윤 후보는 토론회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연일 토론을 제안하고 있는 것에 대해 “확정적 중범죄,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후보와 국민들 앞에서 정해진 정도의 토론이 아닌 토론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어 “물 타기 하려는 정치 공세적 토론 제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야당 후보로선 취하기 어려운 태도”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송평수 선대위 대변인은 “준비 부족은 물론 상대 후보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없는 후보”라고 반발했다.

윤 후보는 허위 경력 기재 의혹을 받는 부인 김건희 씨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선 “사과를 하는 입장에서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면서 “다만 진정한 마음에서 한 것이라고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씨와 유세 등을 함께 할지에 대해선 “본인이 판단할 문제 아닌가. 저도 강요하거나 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 선거 전략 직접 지휘 나서
윤 후보는 이날 오전 7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첫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을 비롯한 조직 직능 정책 등 이른바 ‘6본부장’이 참석했다. 이준석 대표도 원래 홍보미디어본부장으로서 회의 멤버였지만 본부장직을 던지며 불참했다.

윤 후보는 이날부터 지방 일정 등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매일 오전 7시에 본부장단 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정책, 지지층 확대, 인재 영입, 메시지 강화 등 윤 후보가 직접 선거 전략과 현안 대응을 지휘한다. 전날 당 내부를 향해 “모든 의원은 지역구로 가서 조직을 점검하라”고 직접 주문하고 나선 것도 굵직한 큰 흐름만 챙기던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가 얼마 남지도 않아 다들 긴장된 모습으로 임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니 매일매일 앞으로 할 일을 사전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29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TK 지역과 충북을 방문한다. 박 전 대통령 사면 직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고향을 연달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29일 경북 안동시에서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 등 친박(친박근혜) 세력이 윤 후보 규탄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어 양측의 충돌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국민의힘 윤석열#박근혜 수사#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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