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화이자 먹는 약 1.2억만명분 생산…물량 확보 경쟁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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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5일 0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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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역 앞에 마련된 중구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주 전보다 1201명 줄어든 6233명으로 집계돼 며칠전부터 계속된 증가세 둔화를 보였다. 하지만 위중증 환자는 1084명으로 전날보다 1명 증가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2021.12.24/뉴스1 © News1
24일 오후 서울역 앞에 마련된 중구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주 전보다 1201명 줄어든 6233명으로 집계돼 며칠전부터 계속된 증가세 둔화를 보였다. 하지만 위중증 환자는 1084명으로 전날보다 1명 증가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2021.12.24/뉴스1 © News1
화이자의 먹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한정된 생산량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한국 제약기업에 중저개발국가 수출용 위탁생산을 유치하고, 우선적으로 많은 치료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5일 <뉴스1>과 통화에서 “백신과 달리 경구용 코로나19 약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신속하게 위탁생산할 수 있다”며 “화이자에서 위탁생산을 맡기면 중저개발국가에 이를 수출하고, 국내 도입 물량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약을 빨리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앞서 화이자는 국제비영리기구 ‘의약품 특허 풀(MPP, Medicines Patent Pool)’을 통해 중저개발 95개국(전세계 인구 53%)에서 팍스로비드의 복제약(제네릭) 생산에 대한 기술특허사용료(로열티)를 받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세계 확산 방지를 위해 팍스로비드에 들어가는 화학합성성분을 동일 구현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 이는 해당 국가 내에서만 유통·판매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가입국가는 화이자에서 생산한 오리지널 약만을 수입 유통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OECD 국가가 공급 병목 현상이 우려되고, 나아가 세계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이자의 내년 생산 예정량은 1억2000만명분으로 당초 계획인 8000만명분보다 증가했으나 수요에 훨씬 못 미친다. 미국이 선구매한 1000만명분도 내년 2분기에나 모두 도입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화이자에 따르면 팍스로비드의 활성 성분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복잡한 화학작용으로 생산에 6~8개월은 걸린다”면서 “(내년) 늦여름에 접어들어야 1000만 회분을 다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30만명분 이상 물량을 1월말부터 순차도입할 계획이지만, 실제 공급시기와 회차별 공급물량은 미지수다. 신종플루 대유행이 발생했을 당시 다국적제약회사 로슈가 경구용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했지만, 한국은 도입 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려 다수의 사망자를 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후 국내 제약사가 특허 회피로 복제약을 개발하기까지 2년여 세월이 걸렸다.

무엇보다 화이자 OECD 국가 등에서도 로열티를 받지 않을 경우 각 국에서 복제약 생산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개발비용 보전 등 가장 먼저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회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복제약 위탁생산을 추진해 보는 것도 방법으로 꼽힌다. 해당 의약품을 아프리카 등 복제약 생산이 어려운 국가에 수출해 세계 코로나19 유행 억제하는데 기여하고, 이를 대가로 화이자로부터 우선 공급을 확약받는 방식이다.

현재 중저개발 95개국 로열티 제외 대상 복제약 개발을 위해 인도의 제네릭 전문제조생산회사인 선파마와 닥터레디 등이 화이자와 생산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프리카 지역의 코로나19 변이 발생 등 유행국에서는 생산시설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국가에서 오미크론 후속 변이 유행이 발생할 경우 팍스로비드의 항바이러스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균일하게 코로나19 감염자 발생을 감소시키지 못하면 유행은 계속 반복되고, 다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매달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 교수는 “세계적인 유행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전체 생산량을 신속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백신의 기술에 대한 공유가 어렵다면 비교적 생산이 손쉬운 경구용 치료제만이라도 먼저 기술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화이자의 복제약 생산시설 마련 시에는 최소 6~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설비 마련과 인증 심사 절차, 오리지널의약품과의 동일 효능·안전성 평가 등에 필요한 기간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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