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공기 365일 깨끗하게…” 미세먼지 안전지대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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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미세먼지 〈1〉 교내 공기관리시스템 연구 활발

16일 오전 외부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상태였지만 청정 공조 환기 시스템이 가동된 실험실 내부는 ‘매우 좋음’을
 유지했다.
16일 오전 외부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상태였지만 청정 공조 환기 시스템이 가동된 실험실 내부는 ‘매우 좋음’을 유지했다.
16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일대는 초미세먼지(PM2.5) 및 미세먼지(PM10) 농도가 모두 ‘매우 나쁨’ 수준이었다. 전날 서해를 통해 오염 물질이 유입된 데다 대기 정체 상태가 이어지며 수도권 지역의 공기 질이 급격히 나빠졌다.

하지만 같은 시간 포승읍에 있는 학교 형태 실험실 내 교실은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좋음’ 상태로 쾌적한 환경을 유지했다. 이 실험실은 학교미세먼지관리 기술개발사업단(학교미세먼지 사업단)이 초등학교 복도와 출입구, 교실 2개를 실제처럼 구현해 공기 질 관리, 정화 기술 등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교실 안에서 연구진 등 성인 7명이 움직이고 대화를 나눠도 미세먼지 농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연구진이 실험실에 설치한 ‘청정 공조 환기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한 것이다.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손성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학생 24명이 있는 60m²(약 18평) 면적의 교실 기준으로 초미세먼지 농도를 ‘매우 나쁨’에서 ‘매우 좋음’ 수준까지 정화하는 데 10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등이 지원하는 학교미세먼지 사업단은 2019년부터 교내 미세먼지 관리 시스템 관련 실증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형태의 실험실에 설치한 청정 공조 환기 시스템이 민간 기업과 협업해 성과를 낸 대표적인 실증 사례 중 하나다.

정부는 영·유아와 초중고교생을 미세먼지 민감 계층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이 학생들에게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각종 연구결과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실 구조를 구현해 청정 공조 환기 시스템의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경기 평택시 포승읍 실험실의 모습.
초등학교 교실 구조를 구현해 청정 공조 환기 시스템의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경기 평택시 포승읍 실험실의 모습.
그동안 학교는 대기 질이 나쁠 때 수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실외 수업을 자제하는 등 학생들의 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학교미세먼지 사업단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이어지더라도 교내에선 쾌적한 공기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시스템의 원리는 복잡하지 않다. 교실 내 배기구로 빠져나간 공기가 외부 중앙 정화 시스템에서 정화되면 다시 실내 급기구를 통해 깨끗한 상태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중앙 정화 시스템을 통해 주기적으로 외부 공기를 넣어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도 자동으로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실내 미세먼지·이산화탄소 농도와 습도, 온도 등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정화한 공기 투입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연구진이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가장 크게 고려한 것은 교실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이다.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 있는 높이에서 가장 좋은 공기 질을 유지하고, 공기가 급기구를 통해 들어올 때 큰 소음이 나지 않도록 기술을 구현하는 것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상문 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초등학교에선 불빛과 소음이 학생들의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해 공기청정기도 가동하지 못한다는 현장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스템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외부 대기오염 물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별도의 교실 출입문, 창문 시설 등도 개발한 상태다.

학교미세먼지 사업단은 청정 공조 환기 시스템을 내년부터 신축 학교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신동천 학교미세먼지 사업단장은 “청정 공조 환기 시스템은 학교뿐만 아니라 요양시설, 병원 등 각종 다중이용시설에도 적용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고 했다.

실외 공간에선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물질의 정확한 발생 지점을 찾는 연구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오염 물질이 주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를 확인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외에선 ‘이동형 대기질 측정 차량’을 가동해 대기오염 물질의 정확한 발생 장소를 찾는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학교미세먼지관리 기술개발사업단 제공
실외에선 ‘이동형 대기질 측정 차량’을 가동해 대기오염 물질의 정확한 발생 장소를 찾는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학교미세먼지관리 기술개발사업단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이동형 대기질 측정 차량’ 2대를 운영하고 있다. 개조한 차량에 대기질 측정 설비를 부착해 현 위치의 오염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터널·고가도로, 차량의 멈춤과 재출발 빈도가 높은 교차로 등의 대기 오염도가 일반 도로보다 최대 30배 높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반대로 초등학교 주변에 설치한 방음벽이 초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입자인 ‘블랙카본’ 등을 차단하는 효과도 직접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도시 계획, 재정비 사업 등에 반영될 예정이다. 대기오염 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는 방음벽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교차로, 고가도로 배치를 최소화하는 등의 도시 계획이 나올 수 있다.

이승복 과학기술연구원 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구체적인 대기질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속도로와 가까운 곳에는 학교를 지을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정책을 도입했다”며 “국내에서도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다수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택=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미세먼지#교실#교내 공기관리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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