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서울 아파트, ‘팔자’ 급증…매수 급감에 거래절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9일 2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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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공인중개사무소에 부동산 매물이 붙어있다. 뉴스1
서울시내 공인중개사무소에 부동산 매물이 붙어있다. 뉴스1
서울 주택 매매시장에서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의 비중이 2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집주인 가운데 보유세와 대출이자 부담에 ‘버티기’를 포기하고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의사를 보인 사람이 급증한 것이다. 반대로 같은 기간 아파트 매수 비중은 급감하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13일 기준 51.8로 전주(57.4)보다 5.6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수급지수는 2019년 6월 둘째 주(46.9)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이 지수가 하락할수록 매수세인 ‘사자’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매도세인 ‘팔자’ 비중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매매수급지수는 8월 셋째 주만 해도 정점인 112.3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10월 첫째 주 100 밑으로 떨어진 뒤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도세가 늘면서 시장이 전반적으로 ‘매수자 우위’ 분위기로 돌아선 건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정책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올 8월 중순 0.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1%로 올랐다. 10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강화방안’에 따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거나 일시 중단하면서 빚내서 집을 사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 여기다 최근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더 이상 ‘추격 매수’를 하지 않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반면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과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집주인들은 가격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전에 집을 내놓으려 하고 있다. 다만 내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부동산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일단 관망하려는 조짐도 나타난다.

매도 희망이 늘었지만 급매물이 많지 않은 데다 매수세가 얼어붙어 있다보니 실거래시장은 잠잠한 편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올 1월만 해도 5800건에 육박했지만 9월 3000건 아래로 줄어든 뒤 지난달에는 1233건(잠정)에 머물렀다. 일선 중개업소는 매도 호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매수자들이 원하는 가격대는 그보다 낮아 실제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내년 대선까지는 거래 절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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