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찌꺼기 활용해 친환경 신소재 ‘나노셀룰로오스’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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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센터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

올해 10월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 데모데이(왼쪽 사진)에서 에이엔폴리 노상철 대표가 개발한 신소재 나노셀룰로오스(오른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 대표는 “포장재, 자동차 내외장재, 2차전지 분리막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이엔폴리 제공
“강하고 투명한 데다 분해도 잘됩니다. 곧 플라스틱을 대체할 날이 올 겁니다.”

첨단 신소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에이엔폴리 노상철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노 대표는 포스텍 환경공학과 연구교수로 재직하던 2017년 창업에 도전했다. 쌀 가공 후 버려지는 왕겨, 커피 찌꺼기 등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를 활용해 나노셀룰로오스를 개발했다. 기존 플라스틱보다 강하고 독성도 없어 포장재나 화장품, 의료용 생체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창업 후 대학 연구소나 기업 등에서 수요가 꽤 있었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첨단 소재 산업이 발달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소재 생산 기업들이 신소재의 쓰임새를 보여줘야 했다. 소재 개발에 그치지 않고 관련 제품 생산 기술도 갖춰야 상용화 단계로 이어지는 것이다. 소재 기반 산업의 성장이 더딘 이유이기도 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한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이 사업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대기업이 마주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다.

올해 첫 과제로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 바이오헬스, 소재·제조 분야에서 7개 대기업이 12개 과제를 제시했다. 참가를 신청한 131개 스타트업 중 30개 기업이 1차 선발됐다. 이 중 우수 기업으로 뽑힌 18개 스타트업은 제품을 상용화할 기회와 함께 1억 원의 개발 지원금을 받는다.

에이엔폴리는 신세계푸드가 제시한 고기능, 친환경 밀키트 포장재 개발 과제에서 우수 기업으로 뽑혔다.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생분해까지 되는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노 대표는 “나노셀룰로오스를 개발하는 많은 기업이 나무에서 원료를 얻는다. 우리는 커피 찌거기와 폐의류 등 신세계그룹에서 나오는 폐자원을 활용해 진짜 친환경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대 교수로 재직 중인 백종섭 비네이처바이오랩 대표도 교원 창업에 나선 경우다. 백 대표는 학부 때부터 천연 물질과 약의 체내 흡수를 높이는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에 롯데중앙연구소가 제시한 과제는 음료에 들어가는 천연 물질의 용해도와 체내흡수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백 대표가 특허를 낸 기술과 딱 맞아떨어지는 과제였다. 백 대표는 “천연 물질이 아무리 몸에 좋아도 체내흡수율이 떨어지면 효과가 반감된다”며 “식품 및 화장품 회사들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창업한 지 갓 1년 된 비네이처바이오랩은 이미 10여 곳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에 선정된 기업들은 투자자 연결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민경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혁신팀 매니저는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은 대기업과 협업 기회를 만들기 쉽지 않은 스타트업에 자신의 콘텐츠와 기술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내년에는 사업을 확대해 더 많은 스타트업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친환경 신소재#나노셀룰로오스#커피찌꺼기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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