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게임’ 폭발적 인기… “사행성 조장 불법” vs “사회적 논의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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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P2E 서비스 게임 해보니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의 플레이 화면(왼쪽 사진). 게임에서 임무를 수행하면‘무돌토큰’을 지급받을 수 있고(가운데 사진), 이를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로 바꿔 현금화할 수 있다. 게임 화면 캡처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의 플레이 화면(왼쪽 사진). 게임에서 임무를 수행하면‘무돌토큰’을 지급받을 수 있고(가운데 사진), 이를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로 바꿔 현금화할 수 있다. 게임 화면 캡처
“게임을 열심히 하면 현금화가 가능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게임을 내려받아 시작한 지 딱 2시간. 게임에서 주어진 임무 10개를 끝내자 ‘무돌토큰’이라는 이름의 게임 속 가상재화 100개가 수신함에 들어왔다. 이를 실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와 교환한 뒤 현금으로 환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최근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이른바 ‘플레이 투 언(P2E)’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첫 P2E 서비스에 나선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를 직접 경험해 봤다.

이 게임은 유비, 제갈량, 관우 등 삼국지 캐릭터를 활용한 슈팅게임이다. 토큰을 얻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보스를 처치하는 미션에서 몇 차례 좌절한 끝에 성공했다. 이렇게 얻은 토큰 100개는 가상자산 서비스 ‘클레이스왑’을 통해 ‘클레이(KLAY)’라는 가상화폐로 바꿀 수 있었다. 클레이를 가상자산 거래소로 보낸 뒤에 보유 자산을 살펴보니 7583원이 찍혀 있었다. 거래소를 통하면 이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일일임무 10개만 해결하면 매일 토큰 100개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밤 12시가 지나 날짜가 넘어가자 다시 슬금슬금 스마트폰에 손이 갔다. 오전 2시 30분쯤 게임을 시작해 이번에는 20분 만에 토큰 100개를 받을 수 있었다. 캐릭터가 꽤 성장했고 게임 커뮤니티에서 임무를 빨리 끝내는 방법까지 익힌 덕이었다. 이틀에 걸쳐 2시간 20분 게임을 한 결과로 번 돈은 총 1만2600원쯤 됐다.

이 게임은 최근 국내 주요 앱 장터에서 인기 앱 1위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이 게임의 공식 커뮤니티에는 6일까지 4만 명가량이 가입했다. 커뮤니티에서는 ‘돈을 벌려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등의 반응이나 토큰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는지, 향후 시세와 가치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설명은 분명 매력적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선 이 같은 유형의 게임이 새로운 생계수단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불법 소지가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에서 얻은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혹은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하는 것은 금지된다.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률에 따르면 무돌토큰이 현금화 가능한 클레이로 전환되는 구조가 불법일 수 있다.

게임사 위메이드가 국내외에서 출시한 대표적인 P2E 게임 ‘미르4’가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기능을 아예 빼놓고 서비스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라며 “이르면 이번 주에 등급 재분류를 위한 심의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심의에서 불법성 판단이 내려지면 무돌토큰 발행 등을 중지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P2E 게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계기로 관련 법률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용자들이 게임 속 아이템을 거래하는 ‘그레이마켓’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대체불능토큰(NFT)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데 게임 속 재화에 가치를 부여하고 거래하는 것만 유독 금지하는 것이 옳은지 돌아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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