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김화영]공유숙박 갈등 해결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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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부산경남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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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부산경남취재본부
6일 오후 4시경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의 한 오피스텔. 여행객으로 보이는 성인 2명이 여행용 가방을 끌며 ‘숙소’로 들어갔다. 한 시간 동안 3팀이 같은 곳을 향했다. 오피스텔 입주민은 “여름이 아닌데도 오피스텔을 여행객에게 숙소로 빌려주는 일이 많다. 이들 탓에 입주민이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피스텔 등지에서 이뤄지는 불법 공유숙박이 이처럼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본보 8월 23일 자 A14면 등).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오피스텔의 30%가 불법 공유숙박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이 여행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열체크가 되지 않는 데다 오피스텔에선 밤마다 고성방가에 술판이 벌어진다. 한 입주민은 “이들을 만류하려고 해도 싸움에 휩쓸릴까 봐 참고 견딘다”고 푸념했다.

오피스텔을 임대했더니 세입자가 불법 공유숙박으로 돈을 챙기는 경우도 많다. 매일 다른 ‘손님’이 드나들며 기물이 파손돼도 집주인은 달리 손 쓸 도리가 없다는 것. 임대기간이 남았기에 세입자에게 퇴거 요청도 못 한다.

창을 열면 해변과 광안대교를 조망할 수 있어 매력적인 주거지로 꼽혔던 이들 오피스텔은 요즘도 숙박 플랫폼에서 하루 10만 원 안팎에 누구나 묵을 수 있는 곳이 됐다. 해운대와 영도 등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에 있는 오피스텔도 사정은 비슷하다.

많은 이들이 공유숙박을 꽤 괜찮은 협력소비 플랫폼으로 여겨왔다. 출장과 여행으로 잠시 집을 비울 때 공간을 빌려주고 이익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이가 떠난 내 집을 같은 방식으로 임차해 쓸 수 있어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측면도 있다.

공유숙박을 놓고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부터 섬세하게 고쳐야 한다. 현행법상 광안리 같은 도심에서 내국인 상대로 이뤄지는 공유숙박은 모두 불법이다. 외국인이 한국문화 체험을 위해 집을 빌리는 것만 허용된다. 문제의식 없이 공유숙박을 이용한 내국인이 범법자로 몰리게 되는 셈이다.

내국인 상대 영업이 가능하도록 법을 정비할지라도, 임차 목적으로 집을 빌린 뒤 숙박 영업을 하는 등의 불법 행위는 실효성 있게 단속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은 곳만 영업을 할 수 있게 한 뒤 추후 관리 감독이 수반되어야 한다.

법 정비 이전에는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자치경찰제 아닌가. 공유숙박을 둘러싼 갈등을 풀지 못하면 ‘관광도시 부산’도 요원해질 수 있다.



김화영 부산경남취재본부 기자 run@donga.com
#공유숙박#갈등#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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