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 1차전. 애틀랜타 선발 찰리 모튼이 2회 휴스턴 선두타자 유리 구리엘의 빠른 땅볼 타구에 오른쪽 정강이를 맞았다. 이 공은 1루수 프레디 프리먼 방향으로 빠르게 꺾였고 프리먼이 침착하게 잡아 1루를 밟으며 아웃이 됐다.
타구에 맞은 직후 모튼의 표정은 아주 잠깐 일그러졌다. 하지만 더그아웃을 향해 ‘나올 필요가 없다’는 손짓을 한 뒤 투구를 이어갔고 후속 타자들은 삼진과 1루수 직선타로 아웃시킨 뒤 이닝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타구를 맞은 순간부터 모튼의 몸은 이미 괜찮지 않았다. 3회 선두타자 호세 알투베에게 스탠딩 삼진을 이끌어내는 80마일(시속 128.7km)짜리 ‘위닝샷’을 던진 뒤 균형을 잃고 손으로 땅을 짚은 모튼은 결국 강판됐다. 2와 3분의 1이닝 1안타 2볼넷 3삼진 무실점. 경기가 끝난 뒤 모튼의 정강이가 골절됐다는 검진 결과가 나왔다. 구리엘의 타구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뜻이었다. 앞으로 최대 6경기가 남은 WS에서 더 이상 38세의 백전노장을 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모튼은 정규시즌에서 14승 6패 평균자책점 3.34을 기록한 애틀랜타의 에이스였다.
모튼은 성치 않은 몸으로도 최고 95.9마일(154km)의 패스트볼을 기록하는 등 공 16개를 더 던지며 아웃카운트 3개를 더 추가했다. 만약 애틀랜타가 올해 WS에서 우승한다면 모튼의 투혼은 2004년 보스턴을 정상으로 이끈 커트 실링의 ‘핏빛 투혼’에 비견될지 모른다. 실링은 양말 밖으로 피가 배어나는 채로 투구를 이어갔고 86년 간 보스턴에 이어진 ‘밤비노의 저주’를 끊었다.
모튼이 포커페이스로 3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사이 애틀랜타 타선은 1회 2점, 2회 1점, 3회 2점을 내며 5-0까지 달아난 끝에 결국 6-2로 승리했다. 애틀랜타 지명타자 호르헤 솔레어는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을 날렸는데 역대 WS 최초였다. 아담 듀발도 3회초 2점 홈런으로 기선 제압을 이끌었다. 아메리칸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끼리 맞붙는 WS에서 한 팀이 1~3회 매 이닝 점수를 낸 건 애틀랜타가 최초다.
지난해까지 116차례 치러진 WS에서 1차전을 잡은 팀이 우승할 확률은 63%(73번)에 달한다. 애틀랜타가 WS에 오르지 못한 2000년부터로 범위를 좁히면 21번 중 18번(85.7%)이나 1차전 승리 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96년 10월 22일 WS 2차전에서 뉴욕 양키스에 4-0 승리를 거둔 이후 WS에서만 8연패중이었던 애틀랜타는 25년 만에 WS 승리를 맛봤다. 경기 후 브라이언 스닛커 애틀랜타 감독도 “사실만 얘기하자면 모튼은 계속 뛰고 싶어 했다. 이 무대에 남고 싶어 했다. 그게 바로 찰리다”라며 베테랑의 투혼을 높이 평가했다.
2차전은 28일 오전 9시 9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애틀랜타는 맥스 프라이드, 휴스턴은 호세 우르퀴디를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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