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과 영조, 펠프스의 통증 치료법[이상곤의 실록한의학]<114>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입력 2021-10-08 03:00수정 2021-10-0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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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테니스공을 베고 잤나?”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몸에 새겨진 동그란 멍 자국에 미국 언론이 보인 반응이었다. 멍 자국은 부항요법의 결과물로 밝혀졌다. 펠프스가 굳은 등 근육을 풀고자 전통 한방 시술을 받은 것이다.

조선 19대 임금 숙종도, ‘장수대왕’ 영조도 부항요법으로 팔의 통증을 치료했다. 숙종 38년 임금은 손의 움직임이 부자유스러울 정도로 팔과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당시 내의원에서는 임금의 통증 치료법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뜸을 뜨자는 일부 주장에 임금의 건강 자문 역할을 했던 도제조 이이명은 “숙종은 열이 많은 체질이라 뜸을 뜨면 화가 심부와 머리로 올라 위험하다”고 반대한다.

이때 의관 이득영이 그 대안으로 통증 부위에 침을 놓아 피를 뽑는 부항요법을 제시한다. 처음에 상당수 의관은 ‘임금의 몸에 피를 내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 그 의견에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하지만 토론은 부항치료에 대한 의관 백광린의 증언으로 종식된다. 그는 “부항은 조선 제일의 침의(鍼醫)이자 명의로 어의를 지내기도 한 허임이 선조 임금 때 즐겨 썼던 전통적 치료법이다. 시중에서도 대단히 호평 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숙종은 부항치료를 받고 고질적 견비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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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숙종의 영향을 받은 걸까. 역시 견비통으로 고생했던 영조는 거부감 없이 부항치료에 임했다. 영조 13년 도제조 김흥경이 통증에 대해 묻자 임금은 “저녁이 되면 통증이 심해 잠들기 어렵고 찌르는 듯 통증이 이어진다”고 답한다. 영조의 증상은 부항으로 피를 뽑고 난 후 눈에 띄게 호전됐다.

부항의 역사는 오래됐다. 이집트 등 고대 국가에서도 비슷한 기록이 있지만, 동물 뿔을 이용해 피를 뽑는 중국의 ‘각법(角法)’이 원조다. 조선에서 부항요법을 정착하고 발전시킨 사람은 ‘침구경험방’을 쓴 허임이었다. 그의 부항요법은 널리 퍼져나가 조선 후기 보편적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조선 후기 ‘승정원일기’는 부항요법에 대해 “동국(東國)인 조선의 독특한 치료법”이라고 찬양한다.

한의학에서 부항요법은 음압(陰壓)을 이용해 경혈을 자극하는 인체 활성화 방법의 하나로 정의한다. 국소적으로는 체내에 정체된 담과 어혈을 흡착해 혈액을 깨끗이 하며 경혈 주위 기의 순환을 촉진시킨다. 또 전신적으로 부항의 음압에 의한 물리적 자극은 중추신경계 밸런스를 조절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실제 최근 환자 2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부항시술을 가장 많이 적용한 사례는 숙종이나 영조처럼 어깨와 팔 통증이었고, 다음이 허리와 엉덩이 부위였다.

부항요법은 크게 경혈을 자극한 뒤 침 자락을 통해 출혈을 유도하는 습부항과 피부에 음압자극만 하는 건부항으로 나뉜다. 통증 치료가 아닌 전신 건강이 목적일 때는 등을 위주로 건식부항을 하는 경우가 있다. 습식부항은 한방 의료기관에서 시술하지만 건식부항은 큰 부작용이 없어 가정에서도 자주 이용한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심장병이나 빈혈증, 과한 피로증이나 피부 과민증이 있는 환자는 조심해야 한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숙종#영조#펠프스#통증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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