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84명 영월 봉래초, 기적같은 첫 우승

김종석기자 입력 2021-09-12 06:59수정 2021-09-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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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회 동아일보기 겸 제50회 소년체육대회 정구 정상
‘우리도 할 수 있다’ 가슴에 새기고 코트 나서 이변 연출
제99회 동아일보기 대회 겸 제50회 소년체육대회 단체전에서 처음 우승한 강원 영월 봉래초등학교 정구부 선수단.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제공


전교생이라고는 남학생 54명, 여학생 30명을 합쳐 84명 뿐인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소프트테니스(정구) 선수단이 처음으로 국내 최고의 무대에서 정상에 올랐다. 12일 경북 문경에서 막을 내린 제99회 동아일보기 전국대회 겸 제50회 소년체육대회 정구 남자 초등부 단체전에 우승한 영월의 봉래초등학교 선수들이 그 주인공이다.


●문호 개방으로 얻은 기회에서 탄탄한 실력 입증


봉래초는 결승에서 대전 둔원초(전교생 823명)를 2-1로 누르고 힘차게 우승 깃발을 휘둘렀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34개 팀이 출전해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그동안 봉래초는 소년체육대회 출전 기회도 얻기가 쉽지 않았다. 지역예선 통과가 쉽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소년체육대회가 특정기간에 몰아서 하는 종합대회 성격에서 벗어나 종목별로 분산해 치르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대한정구협회는 어린 선수들에게 큰 경기 경험을 쌓게하는 차원에서 많은 팀이 예선 없이 출전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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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구협회 정인선 회장은 “봉래초등학교는 전국대회 출전 경험이 별로 없어 팀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어린 선수들이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 멋진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 다른 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 또는 “제2, 제3의 봉래초가 나올 수 있도록 협회는 지원 방안과 정구 저변 확대에도 신경쓸 계획이다”고 말했다.

강원 봉래초 백승언이 경기 도중 포인트를 딴 뒤 환호하고 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제공.


●소통 강조하며 에이스 보다 노력하는 선수 중용


1946년 5월 20일 공립학교로 개교한 봉래초는 1993년 정구부를 창단했다. 이 대회에 앞서 최고 성적은 2016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배 초등부 대회 단체전 2위였다.

봉래초 정수만 코치는 “육성해 주신 이길남 교장선생님과 학교 당국 그리고 강원도협회, 지역교육청에 아낌없는 지원과 관심 덕분에 이런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우리 봉래초교 선수들 정말 수고 많았고 대견스럽고 존중하며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선수들이 마음껏 뛰고 달릴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었던 점과 지도자와 선수 학부모님 간에 소통을 넓힌 결과 학부모들의 격려와 지지가 있었다. 이런 부분이 우승의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봉래초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멘탈 부분에서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한다. 아직 선수들이 어리다 보니 중요한 게임에서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쉽게 무너지는 약점을 지녔다. 이런 문제를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을 키우기 위해 평소 많은 대화를 통해 실전에서도 훈련때 같은 평정심을 유지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인드 맵을 만들어 활용해 효과를 보기도 했다.

영월의 인구는 3만8000여 명이다. 정수만 코치는 “시골 마을에서 육성이 잘된 지역의 선수와 대결하더라도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슴에 담아두고 지금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제99회 동아일보기 대회 겸 제50회 소년체육대회 단체전에서 처음 우승한 강원 영월 봉래초등학교 정구부 정수만 코치.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제공


2013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한 정수만 코치는 정구 선수 시절에는 그리 빛을 본 건 아니다. 창녕군청과 인천시체육회에서 실업팀 선수로 뛰었으나 팀 내 에이스는 아니었다는 게 그의 설명. 정 코치는 “자질이 뛰어난 에이스 선수 보다는 노력을 통해 운동하고 있는 선수의 마음을 읽어나가겠다는 지도철학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50년 전 섬마을개구리 농구 코트 신화 소환





고사리 손으로 잡은 라켓을 통해 거센 돌풍을 일으킨 봉래초 스토리는 50년 전 제1회 소년체육대회 때 인간 승리 드라마를 연출한 섬마을 학교 사치분교의 사연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전교생이 78명인 전남 신안군의 외딴 섬에 자리 잡은 사치분교는 전남대표로 출전한 소년체육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농구단을 이끈 부부교사는 목포에서 농구대를 구입해 2시간 배를 타고 옮긴 뒤 8km 산길을 걸어 다시 1시간 나룻배에 실어 학교까지 옮기기도 했다. 선수들의 체력을 길러주기 위해 2만2000원을 주고 염소 한 마리를 사들여 짜낸 염소젖을 어린이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당시 민관식 문교부 장관은 사치분교 농구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농구장 확장과 목욕탕 시설비로 100만 원을 국고에서 보조해줬다. 이 학교 3~6학년 학생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서울 수학여행 기회도 얻어 창경원, 동아일보, 중앙방송국 등도 방문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런 실화를 기반으로 ‘섬개구리 만세’라는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신일룡, 김영애가 주연으로 나서 화제를 모았다.

이번 대회 남자 중등부 단체전에서는 전북 순창중이 32년 만에 소년체육대회 정상에 서는 감격을 누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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