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측 “보건노조와 5대쟁점 재원-일정 합의”… 한밤 극적 타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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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간 협상 끝에 총파업 철회

한양대의료원 보건노조 파업 전야제 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의료원 로비에서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한양의료원지부 소속 
의료진이 총파업 전야제를 열고 있다. 이 병원 노조는 사측과의 단체교섭이 결렬돼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의 교섭 타결과 관계없이 
파업을 진행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양대의료원 보건노조 파업 전야제 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의료원 로비에서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한양의료원지부 소속 의료진이 총파업 전야제를 열고 있다. 이 병원 노조는 사측과의 단체교섭이 결렬돼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의 교섭 타결과 관계없이 파업을 진행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예정된 총파업 시작을 불과 5시간가량 남기고 전격 철회했다. 이로써 우려됐던 의료 현장의 혼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파업 강행 시 코로나19 환자를 방치하게 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노정이 모두 양보했다는 분석이다.

● 총파업 직전에 극적 합의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2일 오전 2시 15분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 타결 소식을 발표했다. 당초 파업 예정 시간이던 2일 오전 7시를 약 5시간 남긴 때다. 전날 오후 2시 40분부터 13차 교섭을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11시간 만의 결실이다.

합의문에는 공공의료 강화와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감염병 대응 인력 기준 마련, 생명 안전 수당 지원, 공공병원 확충 방안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 담겼다. 공공의료 컨트롤타워 기능을 맡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강화, 의사 인력 확충, 사립대병원 및 민간병원의 공공성 강화 등에서도 합의된 내용이 반영됐다. 추가로 재활요양병원 운영 개선, 혈액 수급 안정화 등 보건의료계 현안과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폭넓은 내용이 포함됐다.

권 장관은 “5월부터 보건의료노조와 진정성 갖고 소통했다”며 “복지부도 보건의료노조도 각자 어려움 있지만 13번의 만남을 통해 의견을 좁혔고 튼튼한 감염병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게 국민적 요구이자 국가적 과제, 사회적 책무임을 서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그동안 현장에서 열심히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양측은 당초 코로나19 대응 인력 투입 기준 마련, 공공병원 확충, 간호사 처우 개선, 교육 전담 간호사 제도 확대, 야간간호료 지원 등의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복지부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재원 문제 등을 이유로 당장 시행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유례없는 감염병 확산 속 의료파업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마지막 협상을 통해 정부와 보건의료노조는 주요 쟁점에 대해서도 이견을 좁혔다.

● “만약 파업 진행됐으면 환자 70명 옮겼어야”


극적인 협상 타결고 의료 현장에서는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A대병원 원장은 “파업을 강행했다면 대체인력이 필요할 텐데 지금은 급히 투입할 인력이 없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19 장기화로 퇴사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파업이 진행됐다면 병원 운영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2일 파업에 참여하려던 기관은 총 136곳이다. 복지부는 이 중 혈액원 등을 제외한 104곳의 병원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파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104곳 중 38곳이 감염병전담병원이고 2곳은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이다. 만약 파업이 시작됐다면 코로나19 현장 대응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일반 환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됐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파업을 하면 의료진 인력이 부족해져 당장 일반 병동에 입원한 환자 70여 명을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며 “이 환자들을 어디로 어떻게 옮길지 알아보는 것이 병원의 몫인데 그 과정에서 환자들의 불만도 나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행히 이런 상황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

선별진료소 역시 이번 파업 중단으로 ‘한숨’을 돌린 곳이다. 현재 민간 의료기관이 운영하는 선별진료소는 전국 368곳인데 이 중 75곳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수도권 B대병원 원장은 “선별진료소 인력이 파업을 하면 운영을 못 할 테니 검사를 받을 분들이 보건소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파업이 시작되면 지금도 업무 부담이 큰 보건소 인력의 업무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합의 이행 과정에서 갈등 재발 ‘불씨’ 남아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1월 시작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현장의 과부하가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공공의료 강화와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앞서 3개월 동안 정부와 12차례 노정 협의를 진행했다. 그동안 22개 쟁점 중 17개에 대해서는 의견차를 좁혔지만 5개 쟁점에서 마지막까지 갈등을 빚었다. 이 상황은 1일 진행된 마지막 협상에서도 이어졌다. 다행히 극적 타결로 파업은 피했지만 추후 합의문 이행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질 경우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보건노조#극적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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