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한 4월 7일 잊지말라… 내년 3월 9일이 같은 밤 안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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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입법 폭주]여권 원로들, 與 언론법 강행 우려

한국신문협회 등 주요 언론 단체들이 30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신문협회 등 주요 언론 단체들이 30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30일 네 차례에 걸쳐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일부 수정 여부를 두고 팽팽한 대치를 이어갔다. 당초 ‘독주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을 고려하던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2시간 넘게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야당의 시간 끌기에 언론개혁이 좌초돼선 안 된다”는 강경파 의원들의 거센 요구 속에 막판 고심에 빠졌다.

박 의장의 중재 속에 수정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도 했지만 언론중재법의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두고 민주당이 “절대 뺄 수 없다”고 나서면서 협상은 진척을 보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0시경 네 번째 만남을 끝으로 이날 협상을 종료했다. 여야는 31일 오전 10시에 만나 다시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본회의 개의 시간조차 정하지 못했다.

○ 與 상임고문들도 “쥐 잡다가 독 깬다” 우려

이날 민주당 내에서는 언론중재법 강행 여부를 놓고 내부 혼선이 이어졌다. 송영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언론중재법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독주 프레임’을 우려한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송 대표는 최고위에서 “민주당은 절대 독선적으로 뭘 하지 않는다.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의원총회도 하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언론단체도 만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기까지 이어진 민주당 단독 처리 과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송 대표를 만난 여권 원로들도 ‘속도 조절론’에 가세했다. 김원기 임채정 문희상 유인태 상임고문 등 여권 원로들은 “쥐를 잡다가 독 깬다. 언론중재법은 사회적 합의로 해야 한다”고 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여권의 참패로 끝낸 4·7 재·보궐선거를 언급하며 “180석 위력 과시하고 독주하는 것처럼 (보였다가) 결국 4월 7일에 심판 받은 것 아니냐”며 “(차기 대선일인) 내년 3월 9일이 같은 밤이 안 되려면 4월 7일을 잊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여권 내부의 신중론과 달리 이날 오후 두 차례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개정안을 강행 처리해야 한다”는 강경한 분위기가 더 우세했다. 의총 시작 직후 언론중재법 처리를 주도한 김승원 의원과 당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용민 최고위원이 개정안의 조문 및 처리의 필요성 등을 직접 설명했다. 이후 14명 넘는 의원들이 자유발언을 이어간 가운데 허종식 의원 등 3, 4명만 “1∼3개월 정도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속도 조절론을 주장했다고 한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강경파 의원들이 ‘오늘 기회를 놓치면 당분간은 처리하기 어려워진다’고 목소리를 높인 반면 온건파의 경우 발언에 나서는 의원들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 ‘고의·중과실’ 삭제 수정안 냈지만 野 ‘불가’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오늘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언론단체의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온건파 양쪽 주장을 모두 고려해 수정안을 꺼내들었다. 세 번째 의장 주재 회동에서 언론중재법의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여권 관계자는 “박 의장이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안을 상정하는 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독소 조항인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빠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맞섰고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그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안이 불발에 그치면서 오후 9시 넘어 열린 민주당 2차 의총에선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한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두 번째 의총에선 추가 수정안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결국 네 번째 회동 역시 소득 없이 끝났다. 당초 송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언론중재법을 주제로 TV토론을 갖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불발됐다.

여야는 31일 오전 10시에 만나 다시 협상할 계획이지만 진통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협상이 최종 결렬된다면 상정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며 “만약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선다면 9월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언론중재법을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언론법 강행#독주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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