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되고 눈이 되어… 함께 빛나는 비장애인 조력자

도쿄=황규인 기자 입력 2021-08-31 03:00수정 2021-08-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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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패럴림픽]세계적 보치아 선수 성장 최예진
어머니 생업 접고 경기장서 한몸
사격 이지석도 아내 없인 총 못 쏴
시각장애인 육상도 ‘가이드’ 필수
멕시코 육상 대표 모니카 로드리게스(32·오른쪽)가 30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육상 여자 1500m T11 결선에서 ‘가이드 러너’ 케빈 아길라르와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이 종목 세계 최고 기록인 4분37초40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도쿄=AP 뉴시스·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모 심는 여자/자식 우는 쪽으로/모가 기운다.”

일본 전통시가 ‘하이쿠(俳句)’ 시인 고바야시 잇사(1763∼1828)는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체고 졸업 후 28년 동안 에어로빅 강사로 일하던 문우영 씨(59) 역시 딸 최예진(30)이 2008년 ‘보치아’를 시작하면서 에어로빅 학원을 접었다.

최예진은 태어날 때 산소 공급이 충분히 되지 않아 뇌에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났다. 어머니는 딸 경기를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게 아니다. 문 씨는 ‘경기 파트너’ 자격으로 딸과 함께 경기를 치른다. 보치아에서 뇌병변 장애가 가장 심한 BC3 등급은 선수들이 직접 공을 굴리지 못하기 때문에 홈통을 사용하고 경기 파트너가 선수를 돕는다.

한국 보치아 대표 최예진(왼쪽)과 경기 파트너인 어머니 문우영 씨. 도쿄=AP 뉴시스·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문 씨는 “딸이 의지가 워낙 강해 나도 일을 놓고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겨울에는 체육관 난방이 안 되어서 발에 동상이 걸리기도 하고, 체육관 불을 안 켜주면 이마에 랜턴을 달고 연습을 했다. 온 가족이 달라붙어서 함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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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보치아 선수로 성장했다. 2012 런던 패럴림픽 때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는 페어(2인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3회 연속 패럴림픽 메달을 노리는 2020 도쿄 대회에서 최예진은 어머니와 함께 개회식 기수를 맡기도 했다.

한국 사격 대표 이지석(왼쪽)과 ‘사격 로더’인 아내 박경순 씨. 도쿄=AP 뉴시스·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같은 종목 김한수(29) 역시 어머니 윤추자 씨(61)와 호흡을 맞춘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선수가 패럴림픽 메달을 받으면 똑같이 메달을 받으며,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나오는 메달 포상금도 받는다. 다만 연금 지급 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30일 열린 10m 공기 소총 입사 SH2를 7위로 마친 사격 대표 이지석(47)은 아내 박경순 씨(44) 도움을 받아 경기를 치른다. 척수를 다친 이지석은 총을 혼자 들지 못하고 장전도 스스로 하지 못한다. 이 작업을 도와주는 사람이 바로 ‘사격 로더’인 아내 박 씨다.

원래 태권도 사범이었던 이지석은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었는데 간호사였던 아내 박 씨가 재활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랑을 느꼈고, 2006년 백년해로를 약속했다. 사격 로더는 메달이나 포상금을 받지 못한다.

이번 한국 패럴림픽 대표팀에는 해당 종목 출전 선수가 없지만 시각 장애인 육상 선수는 ‘가이드 러너’, 사이클 선수는 ‘파일럿’이라고 부르는 비장애인 선수 도움을 받는다. 가이드 러너와 파일럿 역시 해당 종목에서 세계 수준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해당 종목 유망주 또는 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가 맡는 일이 많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비장애인 조력자#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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