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지금]경기북부 최대 규모 종합병원… 중증응급의료 선도 지역격차 해소

홍은심 기자 입력 2021-08-25 03:00수정 2021-08-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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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을지대병원
의정부을지대병원이 얼마 전 개원 100일을 맞았다. 사진은 복강경으로 위암 수술을 집도하는 김병식 외과 교수. 의정부을지대병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방역 최전선에 위치한 의료계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이런 가운데 을지재단이 ‘의료 취약지’로 꼽히는 경기 북부에 1000여 병상 규모의 대형병원을 열어 의료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의정부을지대병원은 ‘병원이 잘되는 곳이 아니라 환자가 필요로 하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고(故) 범석 박영하 재단 설립자의 신념을 바탕으로 탄생한 을지재단의 세 번째 도약지다. 3월 29일 외래진료를 시작하면서 공식 개원한 지 어느덧 100일 남짓, 혹독한 코로나 팬데믹의 격랑을 헤치고 받아든 성적표가 사뭇 놀랍다.

‘환자 안전’ 최우선한 과감한 투자


의정부을지대병원 1층 로비 전경. 의정부을지대병원 제공
의정부을지대병원은 지상 15층, 지하 5층의 총 902개 병상을 갖춘 경기 북부 최대 규모 의료기관이다. 특히 반환 미군공여지에 대규모 민자가 투입된 첫 사례로 대형의료기관 유치는 의정부시의 오랜 숙원사업이어서 사업 발표 당시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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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년 초, 개원을 불과 1년 앞둔 상황에서 터진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는 을지재단에도 큰 위기였다. 재단은 이 상황에서 오히려 내실을 다졌다.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은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투자를 아끼지 않고 기본에 더 공을 들였고 65년 을지의 역사와 역량을 총결집해 의정부와 경기 북부 지역 주민을 위한 선진의료터전을 닦는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의정부을지대병원은 환자 안전 및 감염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공사 중 설계를 변경했다. 병원 인증조건보다도 더 크게 병상 간 이격거리를 넓히고 중환자실을 대부분 1인실 체제로 바꿨다. 당초 1234개 병상으로 예정돼있던 병상수가 902개 병상으로 줄어든 이유다. 또 시공단계부터 추진한 ‘드라이브스루’ ‘워크스루’ 외에도 ‘AI 세이프가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최첨단 인공지능 시스템은 1300여 개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감염질환 의심자를 감지해 전염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같은 △감염예방 설계 외에도 △AI(인공지능)와 5G 등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사용자의 편리성과 환자 안전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 방점을 두고 최첨단 의료장비와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AI-EMC’로 부르는 의료정보시스템은 의료사물인터넷(IoT)과 모바일서비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까지 접목한다. 예약은 물론이고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내시경 등을 통한 주요 검사 결과도 모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상 헬리포트 첫 가동 모습. 의정부을지대병원 제공
경기 북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마련한 ‘두 개의 헬리포트’ 역시 개원 전부터 화제를 낳았다. 이 같은 지역 맞춤형 설계 덕분에 그사이 벌써 여러 응급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냈다. 일례로 6월 강원 산간지역에서 헬기로 이송된 한 응급환자는 지상 헬리포트 착륙 후 불과 1분여 만에 응급실로 이송돼 생명을 건졌다.

암수술, 2주 안에 가능한 시스템 구축


시설이나 장비 이상으로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의료진 영입이었다. 이렇다 할 대형병원이 없어 중병에 걸리면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로 발걸음을 옮겨야했던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훌륭한 의료진을 갖춰 신뢰를 심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정부을지대병원은 서울의 ‘빅5병원’ 등에서 명의로 이름 난 교수진을 대거 영입했다. 국내 뇌졸중 분야의 대표적 권위자인 윤병우 신경과 교수를 병원장으로 임명하고 위암 수술 명의로 알려진 김병식 외과 교수 △심장수술에 송현 흉부외과 교수 △부인암에 배덕수 산부인과 교수 △유방암에 송병주 교수 △췌장·담도·담낭암에 최동욱 외과 교수 △갑상선암에 홍석준 외과 교수 △김지일 혈관·이식외과 교수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명의를 모셔왔다.

또 내과계 의료발전에 한 획을 그은 △부정맥 전문의 김유호 심장내과 교수 △당뇨병 권위자인 이문규 내분비내과 교수 △감염질환의 명의 우준희 감염내과 교수 등이 차례로 영입됐다.

여기에 내달부터는 만성골수성백혈병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김동욱 혈액종양내과(혈액내과) 교수가 합류한다. 김 교수는 의정부을지대병원의 혈액암센터에서 글로벌 의료 혁신의 중추적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로써 환자를 위한 최상의 진료 환경을 구축한 의정부을지대병원은 9월부터 본격적으로 ‘원데이 진료 시스템’을 가동한다. 당일 접수 및 검사를 통해 신속한 결과 확인은 물론이고 회진예약제를 통해 환자 중심의 진료를 시행한다. 암환자 등 중증질환자는 국내 정상급 명의에게 빠르면 2주 이내 수술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윤병우 원장은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교수진뿐 아니라 간호직과 의료기사, 행정직 등 모든 직종에 대해 채용부터 현장 교육까지 오랜 기간 체계적으로 준비해왔다”며 “경기 북부 주민들이 오랜 시간 대형병원과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갈망해온 만큼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지역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성장’ 주력, 새로운 의료·교육 문화 선도


의정부을지대병원은 환자들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며 휴식을 취하고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외부 환경을 조성했다.

병원 5층에는 4830m²의 공간에 공원과 워킹 트랙을 마련했다. 또 로비를 비롯한 병원 곳곳에는 미술, 조각품 등의 예술작품과 공룡 화석 등 온갖 진귀한 화석을 전시해 안락한 ‘힐링의 공간’이 되도록 했다. 병원 외부에는 국제 규격의 인조잔디 축구장과 농구장, 육상 트랙 등 체육시설을 갖췄으며 병원 및 캠퍼스 둘레에 ‘천보산 산책로’를 조성해 시민에게도 개방할 계획이다.

교직원 및 내원객뿐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한 편의시설도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성인풀과 유아풀을 갖춘 대형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 등이 있다.

직원이 만족하는 일터를 위한 다양한 복지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로 교직원 직무스트레스 해소 및 관리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상담하는 ‘을지힐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편의동 4층에는 의료진의 논문과 연구활동을 돕기 위한 임상의학연구동이 마련돼 있으며 내년 초에는 원내 어린이집을 개원해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더하고 상생발전하기 위한 네트워크 활성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역 의료계와의 협력사업으로 의정부시의사회와 함께 ‘외과 개원의 연수강좌’를 주최했다.

을지대학교 의정부 캠퍼스는 의정부시평생학습원과 연계를 통해 의정부시 역사와 문화에 이해를 돕기 위한 교양과목을 개설한다. 전문강사로 황범순 의정부시 부시장, 오범구 의정부시의회 의장, 조도연 경기도교육청북부청 제2부교육감 등 지역 주요 인사가 초빙됐다.

‘인간사랑 생명존중’ 경기 북부에 뿌리 내려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
을지재단의 역사는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세워진 박 산부인과는 환자제일주의 정신이 깃든 ‘인간사랑 생명존중’의 설립이념을 실천하며 오늘날 을지재단의 근간을 마련했다.

1970∼1980년대 종합병원들의 강남 진출이 붐이던 시절 을지재단은 대전의 목동을 새 병원 부지로 정했다. 1981년 4월 250병상 규모로 개원한 대전을지병원은 6년 만에 두 배 규모로 성장했으며 2004년 지금의 둔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로 개원 40주년을 맞은 대전을지대병원은 암센터, 로봇수술센터, 권역외상센터 등을 운영하며 중부권 대표 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

서울에선 중심지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의료 취약지였던 노원구 하계동에 새로운 터를 마련했다. 1995년 4월 500병상 규모의 노원을지대학교병원을 개원했다. 지난 26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병원은 주민이 신뢰하고 다가오는 지역친화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서울 을지로에서 시작해 대전과 노원에 정착한 고 범석 박영하 설립자의 ‘인간사랑 생명존중’의 정신이 이제 경기 북부에도 뿌리내리고 있다.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은 “한국전쟁 종군 군의관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부상병들을 그대로 둘 수 없어 3년을 더 군에 남아 환자를 치료하던 재단 설립자님의 호국정신과 ‘병원은 환자가 필요로 하는 곳에 가야 한다’는 뜻에 따라 의정부에 병원을 세우게 됐다”며 “반세기 넘게 국가 안보를 지켜오던 경기 북부 지역이 국민 건강과 교육을 약속하는 새로운 거점으로 변모해가는 것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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