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항체 보유’ 인증시대, 항체검사 활용법 고민해야[광화문에서/유근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보유자입니다. 항체검사 결과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것을 막는 항체가 제 몸 안에 생성됐네요. 이제 마음이 놓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인증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백신 접종 2주 후 항체검사를 받고 그 결과지를 당당히 SNS에 올리기도 한다. ‘백신 접종 완료’ 인증샷 남기기 유행이 ‘항체 보유’ 인증으로 놀이처럼 이어지는 양상이다. 30대 교육공무원 A 씨는 “화이자 백신을 맞고 너무 아팠다. 1, 2차 접종 두 번이나 고생을 했는데, 코로나19에 걸리면 억울할 것 같아 ‘항체 형성’ 사실을 꼭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선 병원들도 항체검사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15분 만에 결과가 나오는 키트 방식, 혈액을 전문기관에 보내 1, 2일 안에 항체 형성 여부를 판별받는 방식 등이 있다. 모두 ‘항체 유무’만 알려주는 검사다. 생성된 항체의 양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한 항체검사 기관 관계자는 “검사 도입 초기인 4월 일주일에 10건 안팎의 의뢰가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10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에는 항체검사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무엇보다 검사의 정확도가 낮다고 보고 있다. 돌파감염에서 보듯 항체가 생겨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백신 접종 후 시간이 흐르면서 항체량이 줄면 ‘양성’이 ‘음성’으로 바뀔 수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면역, 감염 예방 능력에 대한 임상적 자료가 아직 부족하고, 항체 생성 정도와 실제 면역력의 상관성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항체가 생겼다’는 검사 결과만 믿고 방역지침을 어기는 일이 나타날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항체검사가 늘어나면 백신 불신이 커질 우려가 있다. 백신을 접종받고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항체 미생성자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물백신 논란이 일 수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 “항체검사가 늘면 ‘불편한 진실’이 드러날 수 있어 정부가 검사 확대를 꺼리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에 형성된 항체를 확인하려는 접종 완료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특히 ‘부스터샷’ 논의가 본격화되면 검사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 수개월이 지난 뒤에도 항체가 여전히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부스터샷을 맞을지 결정하려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이 순서보다 검사 후 항체가 없거나 부족한 사람부터 부스터샷을 맞는 게 과학적이고 공정하다”는 요구가 쏟아지면서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백신 확보 지각으로 수개월을 기다린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몸 상태를 확인하려는 시도를 무조건 차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무작정 항체검사 수요를 억누르기보다 부작용 우려와 안전한 활용법 알리기에 주력하는 게 현실적이다. 미국과 유럽에 허가된 좀 더 높은 수준의 검사법 도입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백신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결코 ‘아깝지 않은 고민’이 될 것이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백신 혼란#반복#부스터샷 계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