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알카에다 대원 대거 석방… 국제 테러조직 부활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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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관타나모’ 7000명 전원석방
알카에다-IS 조직원 다수 포함… 英誌 “가장 위험한 테러분자 풀려나”
알카에다, 서방 테러로 존재감 과시, 세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일부선 “탈레반, 합법성 인정 원해… 테러 조직 견제 택할 것” 기대도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으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부활할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 결정이 아프간 국민들뿐 아니라 세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6일 미 언론들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 인근에 있는 바그람 미군 기지를 장악한 탈레반은 전날 기지 안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들을 일제히 석방했다. 아프간 정부가 관리하고 있던 이 교도소에는 최대 7000명이 수감돼 있었다. 이 중에는 이슬람 극단 무장단체인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 타임스는 “아프간의 가장 위험한 테러분자 포로들이 ‘아프간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불리는 바그람 교도소에서 풀려났다”고 전했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석방된 이들 가운데는 독일군 4명의 목숨을 빼앗은 버스 폭탄 테러범, 미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대니얼 펄을 납치해 참수한 일당도 포함돼 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내세워 아프간 내부를 엄격히 통제하는 것에 주로 관심을 두는 탈레반과 달리 알카에다는 미국 등 서방 국가에 대한 테러 공격을 감행하면서 존재감을 넓혀 왔다. 2011년 5월 미국 특수부대가 9·11테러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뒤 세력이 크게 위축됐지만 알카에다는 그동안 아프간 내륙 지방 등에서 암약하면서 조직을 추슬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BBC방송은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파키스탄 접경지대인 쿠나르에 알카에다 조직원 200∼500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쿠나르는 숲이 우거진 계곡이 많아서 서방 국가들의 감시를 피해 활동하는 게 용이하다. 유엔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알카에다가 아프간 내 15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탈레반이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으로 알카에다가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스카이뉴스에 “아프간은 ‘실패 국가’가 될 것이고 서방에 대한 공격을 모의하는 테러리스트들을 숨겨줄 것”이라며 “알카에다는 아마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의원들에게 “알카에다나 IS 같은 테러 그룹들이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 내에서 재조직될 가능성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15일 상원 브리핑에서 “아프간의 테러 위협에 대해 기존의 평가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미국은 탈레반을 이용해 알카에다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미국은 2001년 탈레반이 빈라덴의 신병 인도를 거부하자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을 몰아냈다. 탈레반이 이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는 데다 국제사회에서 합법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알카에다와 관계를 끊고 서방에 협력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탈레반은 지난번에 테러리스트를 숨겨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잘 알고 있다”며 “이를 다시 반복하는 것은 그들의 이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이 순진한 기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전직 군 고위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탈레반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테러 조직을 견제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이미 그들에게 합법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탈레반#알카에다#석방#국제 테러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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