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블록스 석달새 주가 92%↑, 에어비앤비-구글-테슬라 제치고
지난달 서학개미 순매수 1위로… 국내도 메타버스 펀드 잇단 출시

로블록스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으로, 뉴욕 증시에서 가장 핫한 종목으로 꼽힌다. 미국 9∼12세 어린이의 약 70%가 사용해 미국의 ‘초통령’(초등학생에게 대통령 같은 존재)으로 불린다. 이 씨는 “아이들이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즐기고 친구를 사귀는 세상이 됐다”며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모든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투자하게 됐다”고 했다.
세계 곳곳을 휩쓸고 있는 ‘메타버스 열풍’이 투자 판도도 흔들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앞다퉈 메타버스 대장주에 올라타고 있고, 메타버스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로블록스 주가 석 달 만에 92% 급등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도 치솟고 있다. 대표 주자가 로블록스다. 월간 활성 이용자가 1억5000만 명이 넘는다.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2시간 36분으로 틱톡(58분), 유튜브(54분)보다 훨씬 길다. 올 3월 10일 뉴욕 증시에 상장한 로블록스는 이달 12일 현재 86.54달러로 마감해 공모가(45달러) 대비 92.31% 급등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Z가 만든 ‘제페토’는 전 세계 2억 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증시에서 네이버 주가는 올 상반기(1∼6월)에만 47.35% 뛰었다. 메타버스 수혜주로 꼽히는 코스닥 상장사 선익시스템도 상반기 279.72% 치솟았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기에 탑재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사다.
○ 서학개미, 운용사도 메타버스 열풍 탑승

금융투자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14일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펀드 ‘KB 글로벌 메타버스 경제 펀드’를 선보였다. 엔비디아 등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기업과 로블록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9일 현재 수익률이 4.38%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85%)을 뛰어넘는 성적이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달 28일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를 내놨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메타버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조만간 메타버스 내에 금융회사 지점도 개설될 것으로 보인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메타버스 환경에 맞는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메타시티포럼’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장석 IBK투자증권 디지털영업본부 본부장은 “비대면 계좌개설을 하는 것처럼 고객의 아바타가 가상세계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나, 우리은행 등이 최근 제페토에서 은행장과 신입 행원들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은행권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정부 역시 5월 민관협력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결성하는 등 산업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메타버스라는 놀이터가 만들어졌다”며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영역이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