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서 150년전 대형화장실 유적 첫 발굴

손효주 기자 , 이기욱 기자 입력 2021-07-09 03:00수정 2021-07-0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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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0.4m-폭 1.4m 석조구덩이
물 흘려보내는 정화시설도 갖춰
궁녀-군인등 최대 10명 동시 이용
경복궁 동궁 남쪽 지역에서 발굴된 150여 년 전 공중화장실 하부 구조물. 길고 좁다란 직사각형 구덩이 형태의 이 구조물은 입수구와 출수구가 따로 있는 등 현대식 개별 정화조와 비슷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제공
조선시대 궁궐에서 사용되던 공중 화장실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자취)가 처음 발견됐다. 15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이 화장실엔 현대식 개별 정화시설이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2019년부터 경복궁 동궁(세자의 거처 및 직무공간, 각종 지원 시설이 있던 곳) 남쪽 지역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근정전 동쪽 지역에서 화장실 하부 구조물을 발굴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구조물은 길이 10.4m, 너비 1.4m, 깊이 1.8m의 좁고 긴 직사각형으로, 석조 구덩이 형태였다.

해당 지역에 있던 각종 전각의 도면을 기록한 경복궁배치도(1888∼1890년)와 북궐도형(北闕圖形·1907년) 등의 문헌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 시설은 당시 궁녀와 하급관리, 군인들이 쓰던 공중 화장실이었다. 토양 분석에서 기생충 알 다량과 오이속, 들깨씨앗 등이 검출된 점도 화장실이었음을 뒷받침했다. 연구소 측은 “터에서 발견된 소뼈 등을 이용해 연대를 측정한 결과 화장실은 1868년 경복궁 중건 당시 만들어져서 20여 년 동안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헌 기록과 전문가 분석을 종합하면 이 화장실은 총 4, 5칸으로 구성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화장실이 1칸에 2명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던 점을 고려할 때 한 번에 최대 10명이 사용할 수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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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화장실 하부 구조에 분변의 발효 및 침전 등을 위한 정화수를 유입하는 입수구와 오수를 배출하는 출수구가 있다는 것. 각각 높이를 달리해 설치된 입수구와 출수구 등은 개별 화장실마다 설치된 현대식 정화조 구조와 비슷하다. 바닥과 벽면을 돌로 만들고, 틈새는 진흙으로 메워 분뇨가 새거나 토양에 스며들지 않도록 한 것 역시 현대식 정화조와 비슷한 부분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기에 현대식 정화조 시설 관련 기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구 터의 토양 분석을 통해 당시 식생활을 분석하는 등 궁궐 사람들의 생활사를 복원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조선시대 궁궐 공중 화장실#경복궁 동궁#정화시설#화장실 하부 구조물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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