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이 왜 더 비싸냐” 항의에… 매장 음식값까지 올린 식당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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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값 인상 부추기는 ‘이중가격’ 논란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A중식당은 매장에서 먹는 자장면 한 그릇 값이 5000원이었다. 하지만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문 받을 땐 6000원이다. 앱 이용 수수료 등을 반영해 ‘배달 앱’ 가격을 높여 받아야 했다.

그러다 최근 매장에서 식사하거나 전화로 직접 주문할 때 받는 가격도 6000원으로 인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줄어든 것을 만회해야 하는 데다 “매장 가격과 앱 주문 가격이 왜 다르냐”는 일부 고객의 불만에 아예 가격을 다 올린 것이다.

A중식당 사례처럼 배달 앱을 통한 주문 시 비싼 값을 받는 ‘이중 가격’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매장 가격, 포장주문 가격까지 함께 인상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앱 이용 수수료, 포장용기 구입비, 배달비 등 서비스 비용 탓에 ‘이중 가격’이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하지만, 오히려 매장 가격을 올려 차이를 좁히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외식 가격 인상이 소비자 물가 전체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 앱에 등록된 음식 가격이 매장 판매가보다 높은 경우는 꾸준히 많았다. 25일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올해 1월 조사에서 서울 강남구 일대 식당 65곳 중 56.9%(37곳)가 배달 앱에서 음식 값을 더 비싸게 받았다.

자영업자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쿠팡이츠의 경우 소비자가 2만 원어치를 주문하면 앱 수수료, 카드 수수료, 배달비 등으로 6700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한다. 가격을 조정하지 않으면 자영업자가 이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소비자에게 배달료 명목으로 2000∼3000원만 받고 나머지 비용은 음식값 등으로 조금씩 더 받는 게 관행이 됐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배달비를 올려 받는 것보다 음식값을 올리는 게 소비자 반발이 적어 효과적”이라는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문제는 이중 가격 지적이 잇따르자 아예 매장 내 판매 가격을 올려 가격 차이를 줄이는 움직임이다. 대파 가격 상승 등 식재료 가격 불안, 코로나19로 인한 수익 감소, 인건비 인상 등도 요인이지만, 배달 앱 가격과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의도가 음식값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 씨(35)는 음료, 빵 등의 배달 앱과 매장 가격 차이를 500원에서 200원으로 줄일 계획이다. 최 씨는 “식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서지만 배달 앱과의 가격 차이를 지적하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있어 높은 가격에 맞추려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B 씨는 “사람들이 매장이나 전화 주문의 가격을 정가로 인식해 앱 주문 가격을 바가지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고 했다.

배달 앱으로 인한 가격 인상에 대해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 앱 수요와 높아진 가격에는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외식 물가 전체가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달 앱 등 플랫폼에서 가격을 10∼20% 더 받는다고 인플레이션으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지면 향후 가격이 내려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전남혁 기자
#배달앱#항의#음식값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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