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조선 유학사 통설을 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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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17세기 조선 유학사/강지은 지음·이혜인 옮김/388쪽·2만5000원·푸른역사

17세기는 조선 유학사에서 전환이 이뤄진 시기로 일컬어진다. 윤휴, 박세당 등 조선왕조의 국가 이데올로기였던 주자성리학과 거리가 있는 경전 해석을 시도한 학자들이 나왔다는 것. 이들은 국내에서 유학사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일제강점기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자성리학 권위에 도전하고 새로운 사상체계를 구축한 조선 후기의 실학은 이들로부터 비롯됐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한문학자인 저자는 조선 실학자들이 주자성리학을 부정했다는 통설에 반론을 제기한다. 이들은 주자성리학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개선을 시도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저자는 일제에 의해 조선 유학사 연구가 왜곡됐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관변학자들은 조선 유학계가 주자성리학을 추종해 학문적 독창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족운동계열 학자들이 이들의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조선에도 실학이나 양명학 등 주자학을 비판한 학맥이 존재했다는 식으로 주장을 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17세기 당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 유학자들도 실상 주자성리학에 대한 비판의식을 지녔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주자학 연구가 더 정밀하게 이뤄진 바탕에서 진전된 견해를 밝혔다는 것. 17세기 조선 유학계에서 어떤 이는 주자의 발언을 실마리 삼아 연역하고 어떤 이는 인용하여 자신의 설을 전개했다. 저자는 조선 유학사에 대한 ‘오해’는 시대의 산물이라며 잘못으로 치부하고 망각해 버리면 안 된다고 말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조선 유학사#조선#조선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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