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내 95억 보험’ 의심받은 남편…“살인아냐”, 왜?

뉴시스 입력 2021-03-20 09:12수정 2021-03-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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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7개월 아내와 차 타고 가다 사고
보험금 노린 사고 의심…법원은 '무죄'
95억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한 혐의로 남편이 재판을 받았지만, 살인 혐의는 결국 인정되지 않았다.

살인을 저지른 정황만 제시됐을 뿐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라는 의심을 지울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금고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자신의 부인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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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A씨는 지난 2008년 캄보디아 국적의 B씨와 결혼했다. 이후 A씨는 B씨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수익자로 하는 생명보험 25개를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일 A씨는 B씨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여 잠에 들게 하고, B씨의 운전벨트를 풀었다는 게 공소사실이다. 이후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도로에서 운전하던 중, 정차된 화물차량을 발견하고 운전하던 차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출산을 3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B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검찰은 A씨가 95억원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교통사고를 위장한 것으로 보고 그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밖에 A씨는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청구해 보험사를 속인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A씨의 살인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무죄로 판단했다.

일단 B씨의 혈흔에서 수면유도 성분이 있는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됐는데, 이는 캡슐 형태의 수면유도제로 음료수 등에 녹여야 한다. 그런데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음료수나 컵에서는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경찰이 A씨가 살던 인근의 약국 34곳을 조사했지만 그가 수면유도제를 구입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으며, B씨가 사고 전에 디펜히드라민을 복용했을 가능성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A씨가 의도적으로 B씨의 안전벨트를 풀렀다는 직접 증거도 찾기 힘들었다. 평소 A씨 부부는 안전벨트를 잘 착용하지 않는 편이었고, B씨가 임신 7개월이어서 안전벨트를 착용하기 힘들었다는 점이 근거로 거론됐다.

한밤중에 도로에 서 있던 화물차량을 의도적으로 들이받았다는 공소사실도 의심된다고 했다.

검찰의 주장대로 보험금을 노리기 위한 위장사고였다면, A씨로선 자신은 사고 피해를 입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사고로 A씨가 있던 운전석 부분도 파손됐으며, 차량의 앞바퀴 역시 급하게 운전대를 튼 형태가 아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법원은 A씨가 졸음운전을 한 탓에 정차한 화물차량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일으킨 데에 무게를 둔 것이다.

A씨의 생활 형편을 따졌을 때 굳이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벌였으리라고 보기 힘들다는 점도 언급됐다.

당시 A씨는 잡화점을 운영했는데 그의 월수입은 약 1000만원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B씨뿐 아니라 자신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도 다수 체결했으며, 자신의 가게를 찾는 단골고객인 보험설계사들의 권유를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근거로 나왔다.

이 밖에 이 사고로 B씨가 숨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며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A씨의 범행 동기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A씨의 잡화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었고 당시 각종 기념일 및 계절 상품을 팔아 상당한 수입이 있던 것으로 봤다.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사망보험금에 관해 질문한 적도 없었으며, 거액의 투자를 하거나 도박빚이 쌓이는 등 급하게 돈을 필요로 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2심은 A씨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졸음운전을 한 탓에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금고 2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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