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부결된 트럼프, 정치활동 재개 모색에 美공화당 혼란 가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5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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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원에서의 탄핵소추안 부결 후 정치활동 재개 가능성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와 역할은 물론 당의 향후 방향성을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혀온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14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가 있는) 2022년에 흥분해 있다”며 “그는 앞으로 나아가며 공화당을 재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안 부결로 내란선동 혐의를 벗은 만큼 다시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그는 탄핵에 찬성한 일부 인사들에 대해서는 화가 난 상태라고 한다.

그레이엄 의원은 “다음주에 캘리포니아주로 가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며 그와 함께 향후 정치 일정 및 공화당 전략을 논의할 계획임을 밝혔다. “나는 그에게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움직임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나는 2022년에 상원(다수당 지위)을 되찾아오기를 원하며, 도널드 트럼프가 없으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램 이메뉴얼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2024년 재선에 출마하지 않겠지만 앞으로 2년을 보복하는 데 쓸 것”이라며 “자신에게 나쁜 말을 하거나 자신에 맞서 표를 던진 모든 공화당 사람들을 쫓아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38)가 트럼프 탄핵에 찬성한 리처드 버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이 물러난 뒤 그 자리에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버 상원의원에게 분노한 노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지지자들이 결집해 트럼프 가문의 인사를 공천시킨다는 것이다. TV프로듀서 출신인 그는 2016년과 2020년 시아버지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일부 측근 인사들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향후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공화당 의원들도 적지 않다. 더 힐은 “공화당이 트럼프 시대의 페이지를 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중심에 없는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난입 사건을 부추긴 책임이 있다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 일부 지지층은 유지되겠지만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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