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저녁(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미국 최고의 스포츠 행사 ‘슈퍼볼’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식전 행사에서 밀덕(밀리터리덕후)들을 전율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미국의 대표 전략폭격기 B-1, B-2, B-52 삼총사가 저공 비행한거죠! 3대가 동시 비행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명료하게 많은 대중들에게 포착된 건 사상 최초입니다. 전투기들이 편대 비행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경기장에 미국 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안 폭죽과 함께 전략폭격기 3대가 미국 상공을 가득 채우며 날아갔습니다. 축하 비행의 새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습니다. 각각 다른 모양이라 더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국의 전투폭격기들은 한국 상공에도 가끔 한대 씩 출몰해 북한을 향해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곤 합니다.
지난 2016년 한국에 최초 착륙했던 B-1B ‘랜서’는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출동해 북한 지휘부와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할 핵우산 자산입니다. B-1B는 2000파운드(약 900kg)급 합동정밀직격탄(JDAM) 24발이나 500파운드(약 226kg)급 비유도 재래식 폭탄 84발을 적재 가능합니다.
B-52는 가장 오래된 미국 폭격기입니다. 지난 2017년 북미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한반도 주변에서 자주 전개됐습니다. 세계 최장수 폭격기인 B-52는 지하 벙커를 초토화하는 폭탄 ‘벙커버스터’로 지하에 숨은 김정은을 공격할 수 있어 북한군이 두려워하는 무기죠.
B-2는 B-52보다 더 진화했습니다. 가오리 모양이 익숙합니다. 기존의 전략폭격기에 스텔스 기능이 추가돼 레이더로 보면 작은 새의 크기에 불과해 식별이 불가능합니다. 호위 전투기 없이 단독 작전 수행이 가능한 게 최대 강점입니다.
3대의 숫자를 합쳐 ‘55회’ 슈퍼볼을 의미한다는 게 공식 설명이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에도 이어지는 미중 갈등 속 전략폭격기 3대의 출현은 해석이 분분합니다.
확실한 건 천문학적 비용을 축하 비행에 쓴 미국은 역시 ‘천조국(국방 예산이 천조원)’이란 별명이 어울린다는 것과 앞으로도 이런 장면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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