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생물에게서 인류의 희망을 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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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것들의 세계/매슈 D 러플랜트 지음·하윤숙 옮김/524쪽·2만2000원·북트리거


암은 아직 인간이 풀지 못한 숙제다. 세포가 각종 원인에 의해 무제한 증식돼 만들어진 이 악성종양을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은 여전히 연구 중이다.

그러나 암에 걸리는 코끼리는 거의 없다. p53이라는 유전자가 암에 걸릴 만한 돌연변이 세포를 자살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자가 코끼리를 연구해 인간이 암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인간과 유전자가 약 4분의 3이 비슷한 코끼리는 인류 최대의 난제를 풀어줄지도 모른다.

이처럼 저자는 여러 ‘굉장한’ 생물들에게서 인간의 희망을 엿본다. 우리 주위에 있는 생명체들을 통해 인류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파헤친다. 학술적 조사뿐 아니라 현장 취재도 병행한다. 연구자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살아있는 동물들을 찾아 나선다.

존재 자체로 인간에게 희망이 되는 생물은 무엇이 있을까.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방사능을 먹어 치워서 자연 제거하는 ‘작은 것’ 박테리아는 방사능 위험을 막을 수 있는 단초다. 4000년 넘게 살면서 노화와 싸우는 ‘오래 사는 것’ 강털소나무는 인류가 생로병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

1초에 자기 몸길이의 300배 넘게 이동하는 ‘빠른 것’ 진드기는 더 빠른 이동수단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인간보다 4억 년 먼저 지능을 갖춘 ‘똑똑한 것’ 문어에게서 인간의 지능을 더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극한의 진화를 보여 주는 최상의 생명체들을 만난 저자는 “솔직히 말해서, 인간은 대자연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해 온 것들을 종말로 이끄는 재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선 오랫동안 살아남은 생물들에게 배움을 청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라도 이런 작업을 잘할 수 있다”며 주위에 있는 생물들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책의향기#굉장한 것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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