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빠르게… 코로나 중환자 병상부족 해결책 찾았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1-08 03:00수정 2021-01-08 09:1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동형 음압병동’ 구축 현장 가보니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설치된 이동형 음압병동. 아래 사진은 6일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종합검진센터 옆 지상주차장에 구축된 ‘이동형 음압병동’ 입구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실은 이송장치를 옮기고 있는 모습. KAIST 제공·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6일 서울 노원구 한국원자력의학원 지상주차장에 구축된 ‘이동형 음압병동’ 입구. 전신에 흰 보호복을 입고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실린 이송 장치를 맞았다. ‘MCM(Mobile Clinic Module)’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이동형 음압병동은 남택진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연구진이 6개월간 개발했다.

의료진을 따라 음압병동 내부로 들어갔다. 음압병동은 병실 내부 바이러스가 외부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음압 장치가 설치된 병동이다. 병동 내부 공기압을 낮춰 바깥 공기만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내부 공기는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MCM은 가로 15m, 세로 30m 크기로 약 450m² 규모다. 음압시설을 갖춘 중환자 케어용 전실과 4개의 음압병실, 간호스테이션, 탈의실, 의료장비 보관실로 꾸며졌다. 전실은 병실과 복도 사이의 공간으로 환자가 병실에 들어가기 전 1차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음압 환경을 구현해 놓은 곳이다. 전실에는 ―6.7파스칼(Pa), 병실에는 ―8.3Pa 수준의 음압이 유지되고 있었다. 남 교수는 “음압 장치는 ―15∼20Pa까지 유지가 가능하다”며 “장치 1대로 병실과 전실의 음압을 모두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남 교수가 개발한 MCM이 주목받는 것은 코로나19로 위급한 중환자들에게 신속하게 음압병실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할 때마다 음압병실 부족 사태를 겪어 왔다.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병실 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한 사람 수가 10명이다. 지난달 17일 기준 확진 판정 후 하루 이상 병실을 기다리던 수도권 확진자만 548명에 이른다.

주요기사
하지만 설치 비용과 기간 때문에 적시에 공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음압병실 1개 구축에 3억5000만 원이 소요되고, 병원을 새로 짓지 않는 한 설치공간을 찾기도 마땅치 않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컨테이너 등을 활용한 조립식 병동이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전선이나 배관 설계 전문가가 다수 투입돼야 하고 고가의 음압 장치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등 시간이나 인력,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이와 달리 원자력병원에 설치된 MCM은 에어텐트와 음압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음압 프레임’을 모듈형 구조로 접목해 안정적인 음압병동을 구축할 수 있다. 연구진이 독자 개발한 음압 프레임이 에어텐트에 바로 모듈식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음압 프레임은 양방향으로 압력을 조절해 전실과 병실을 효과적으로 음압화한다. 병실 1개당 설치 비용이 약 7500만 원에 불과하다.

설치와 해체 작업 시간도 짧다. 병실 20개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모듈을 제작하는 데 14일이면 끝난다. 설치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5일 이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중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컨테이너 병동의 경우 구조를 만드는 데만 최소 1주일 이상 소요되는 것에 비해 신속하게 의료장비와 음압 시설을 한꺼번에 갖춘 음압병동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남 교수는 “컨테이너 병동에 비해 부지 형태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조립이 가능하며 병원 내 기존 병상들에 에어텐트와 음압 장치를 설치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감염병 사태 이후 보관이 어려운 기존 조립식 병동과는 달리 부피를 70% 이상 줄인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 빠르게 도입해 설치할 수 있는 것이다.

빠르고 쉽게 공급하지만 단순한 임시 시설이 아니라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모든 설비를 갖추고 있다. 병상 주변에는 혈압과 체온 등 환자의 생체 신호를 측정할 장비들이 설치돼 있었다. 만에 하나 중환자와 초중증 환자가 들어올 긴급 상황에 대비한 산소호흡기와 기도삽관 도구들도 눈에 띄었다.

남 교수팀은 지난해 7월 연구를 시작해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달 28일부터 한국원자력의학원에 4개 병실을 갖춘 병동을 설치한 후 의료진과 일반인 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증에 들어갔다. 함께 개발에 참여한 조민수 원자력의학원 비상진료부장은 “기존 병원에 연계해 이동형 음압 병동을 설치할 수 있어 시설이나 전산망, 진단검사의학 등의 지원을 받으면서 환자 진료에 최적화된 상태로 운영이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에어텐트나 음압장치 설치는 일반인도 쉽게 할 수 있다. 다만 전기나 배관 설비 설치에는 관련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남 교수는 “관련 전문가 없이도 의료진이 직접 설비를 조립할 수 있도록 설비를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수요가 있다면 2, 3월에도 현재의 모델로 당장 상용화는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코로나#코로나 중증환자#음압병동#병상 부족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