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40분 여당 단독 표결…브레이크 없는 巨與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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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9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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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등을 위해 본회의에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2020.12.9/뉴스1 © News1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등을 위해 본회의에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2020.12.9/뉴스1 © News1
2020년 정기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준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는 전무후무한 국회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게 됐다. 여당은 “개혁에 따르는 고통”이라 불가피성을 피력했고, 야당은 “날치기를 넘어선 입법 사기”라고 반발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기습적인 법안 상정과 표결로 점철된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는 작지 않은 오점을 남긴 채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성과는 거머쥐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꼽은 15개 입법과제 가운데 Δ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Δ국가정보원법 Δ경찰법 Δ일하는국회법 Δ공정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Δ고용보험법 Δ5·18 왜곡처벌법 Δ사회적참사진상규명특별법 등 10여개를 약속대로 정기국회에서 처리했다.

민주당은 약속을 지키고 성과를 거뒀다는 ‘자평’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거여 독재’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고 저항도 있다”며 “그런 저항을 포함한 모든 어려움을 이기며 우리는 역사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열망했던 개혁은 이뤘으나 돌이킬 수 없는 ‘독주’ 불명예는 깊은 그림자로 남게됐다.

전날 법제사법위원회는 ‘동물국회’ 그 자체였다. 지난 원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이 필사적으로 사수하려던 법사위원장의 의사봉은 위력을 발휘했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여당 뜻대로 단 7분만에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강행 처리됐다.

비교적 주목받지 못한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는 9일 새벽 1시44분 전체회의를 여당 단독으로 개의해 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홀로 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민주당은 강 의원의 반대에도 아랑곳 없이 심야에 단독으로 법안들을 처리했다.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관련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은 새벽 2시40분에 통과시키는 진기록을 남겼다.

민주당은 정무위도 밤 11시에 전체회의를 열어 경제3법 가운데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표결 직전에서야 법안 최종 수정내용이 공개될 정도로 깜깜이 처리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리도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법안 최종안을 받았다”며 한숨을 내쉬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장에서 “국회가 커피 자판기냐”라고 탄식했다.

민주당은 무법과 편법을 넘나들며 거칠 것 없는 거대여당의 완력을 뽐냈다.

90일간 활동이 보장된 상임위 안건조정위를 전날 법사위에서 70여분 만에 무력화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결을 제지하면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의 오른손을 붙잡아 의사봉이 바닥에 떨어지자 윤 위원장은 왼손으로 의사봉을 잡아 책상을 두드렸다. 야당 의원들이 “이런 독재가 있을 수 있나”라고 항의하자 윤 위원장은 “이게 왜 독재냐”고 쏘아붙였다.

윤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의 비용추계 의결도 건너뛰었다가 뒤늦게 기립 표결로 의결했다. 무력감을 호소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 표시로 각자 명패를 떼어내 윤 위원장 자리로 반납하고 퇴장했다.

민주당은 174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으로 법안소위-안건조정위-전체회의 등 법안 처리를 위해 필요한 상임위의 전 단계에서 야당을 제압하고 공수처법 개정안과 경제3법 등 민주당이 지정한 중점법안을 하나하나 관철했다.

국민의힘의 마지막 수단으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꺼냈지만 독주를 잠시 지연할 뿐 민주당을 막아설 방법은 되지 못한다.

범여권이 180석을 차지한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종료 투표 요건인 재적의원 5분의3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9일 본회의에 이어 10일부터 시작하는 임시국회에서 필리버스터를 계속하더라도 범여권이 합심하면 24시간마다 이를 종결시킬 수 있다.

딱히 카드가 없는 국민의힘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항의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 정도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어제의 참담한 날치기 입법 사기로 대표되는 법치주의, 의회주의, 민주주의 파괴의 정점에는 문 대통령이 있다”며 “공수처법 통과를 바란다는 오더(지시)에 따라 군사 작전하듯 진행되고, 이렇게 공수처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문 대통령이 책임질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오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기도 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장혜영 의원은 김 원내대표를 약 30분 간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로서 그 문제와 관련해 사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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