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추방’ 서의현 前원장, 승적 회복 이어 대종사 올라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2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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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현 전 총무원장. 사진 동아DB
서의현 전 총무원장. 사진 동아DB
1994년 총무원장 3선 연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난무했던 이른바 ‘조계종 사태’로 승단에서 영구 추방됐던 서의현 전 총무원장(84)이 승적 회복에 이어 26년 만에 종단의 최고 법계인 대종사(大宗師)에 오르게 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조계종의 국회격인 중앙종회는 12일 정기회를 열어 서 전 원장을 포함한 스님 23명에 대한 대종사 법계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대종사는 수행력과 지도력을 갖춘 승랍 40년 이상, 연령 70세 이상의 스님들에게 종단이 부여하는 최고 지위다.

종단에서 쫓겨나는 멸빈(滅擯·승단에서 영구추방) 징계를 받은 이가 대종사에 오르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앞으로 원로회의 결정이 남아 있지만 최근 종단 내부 분위기를 감안할 때 통과가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다.

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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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전 원장은 1994년 총무원장 3선 연임을 시도하다 종단 개혁 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시도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총무원 측이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고, 사찰 내 경찰력이 투입되기도 했다. 서 전 원장은 선거에서 승리했으나 전국승려대회가 그의 멸빈을 결의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2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종단에서 꾸려진 개혁회의는 승려대회 결의에 따라 서 전 원장을 승적에서 삭제했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서 전 원장이 종단을 움직이는 실세들과 교류하며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2015년 ‘당시 징계 의결서를 받지 못했다’며 돌연 멸빈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종단 안팎에서 재심 결정이 ‘멸빈자는 복권할 수 없다’는 종헌을 위배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서 전 원장은 결국 공권정지 3년으로 감형을 받았다. 서 전 원장의 승적 회복을 추진해온 측에서는 당사자가 80대인 데다 깊이 참회하고 있다는 것을 승적 회복의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대종사 품계를 주는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교계 단체인 신대승네트워크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1994년 종단 개혁정신에 위배된 서 전 총무원장의 승적 복원과 대종사 법계 품수 추진은 무효”라며 “이는 종단 법계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어른스님과 선지식의 권위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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