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벌어지는 일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입력 2020-10-24 03:00수정 2020-10-24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달 남극 빙상 사진과 함께 ‘되돌아올 수 없는 지점(Point of No Return)’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미 완전히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는 북극에 비해 남극의 영구동토층은 건재한 편이지만 이 잡지는 거친 파도를 마주한 빙상 사진과 강렬한 문구를 통해 남극의 영구동토층마저 사라질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인류에게 크나큰 문제가 될 것이라 경고한 것이다.

영구동토층이란 2년 이상 토양이 0도 이하로 유지되는 곳으로 대부분 북극이나 남극과 같은 고위도에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영구동토층이 녹는 문제는 해수면 상승과 연관돼 언급됐다. 해외에서는 물에 잠긴 뉴욕이나 베네치아, 국내에서는 물에 잠긴 부산을 예로 들어 그 심각성을 알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많은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것은 팬데믹과 영구동토층의 연관 관계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수만 년간 묻혀 있었던 고대 바이러스가 깨어날 수 있다. 이는 제2, 제3의 코로나19 즉, 팬데믹 시대 종식이 요원해짐은 물론이고 오히려 팬데믹의 상시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함을 뜻한다. 특히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는 현상이 본격화되지 않았음에도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상황은 이미 현실화했다. 2016년 여름 북극과 맞닿은 러시아의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에서는 12세 목동이 탄저병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갑작스러운 탄저병 등장을 영구동토층에 묻혀 있던 탄저병에 감염된 동물 사체가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공기 중에 노출돼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번 녹기 시작한 영구동토층은 그 속도를 가속화할 방아쇠이기도 하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저장된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다량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유입돼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영구동토층 내 저장된 탄소의 양은 적게는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두 배, 많게는 4배에 달한다. 전 지구적으로 십여 년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해온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요기사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기존 바이러스의 활성화나 변형도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사스(SARS)나 메르스(MERS)를 일으켰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끝없이 변이해 전염성 강한 코로나19로 재탄생한 것처럼 바이러스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을 등에 업고 인체의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변이된다면 인류는 끝나지 않는 팬데믹 시대를 맞이해야 할지 모른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가 일으킨 팬데믹으로 인해 매년 증가해왔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적으로 주춤했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의 경우 최대 18%까지 감소한 달도 있었다. 우리나라 역시 깨끗한 하늘과 공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다만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원래 자리를 찾고 있다. 결국 팬데믹은 우리에게 파국으로 가는 길과 그 길을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모두 보여주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있지만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문제에서만큼은 팬데믹이 준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영구동토층#코로나19#팬데믹 시대#지구온난화#기후변화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