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내 첫 제주 영리병원, 허가 취소 적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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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제주도 손 들어줘… 당분간 영리병원 추진 쉽지 않을듯

제주도가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를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녹지국제병원은 2012년 경제자유구역법에 영리법원 설립 근거가 마련된 이후 2018년 12월에 1호 영리병원 자격을 얻었던 곳이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김현룡)는 중국 뤼디(綠地)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이 “외국 의료기관의 개설 허가를 취소한 처분을 무효로 해 달라”며 제주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개설 허가를 받으면 3개월 내에 의료기관 업무를 시작했어야 하는데도 원고 측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제주도의 허가 취소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개설 허가일로부터 3개월 안에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영리병원은 투자를 받아 병원을 설립한 뒤 운영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병원이다. 의료법상 국내 영리법인은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없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에 한해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다. 영리병원 도입이 처음 추진된 건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가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그러나 이후 외국인 투자 유치에 실패해 사실상 사문화됐다. 그러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영리병원 규제 완화를 다시 내걸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듬해 12월 뤼디그룹이 제출한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은 2017년 8월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녹지국제병원을 짓고 제주도에 개원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영리병원 도입이 공공의료 체계를 무너뜨리고 의료비 상승을 초래한다는 반발에 부닥쳤다. 이에 제주도는 2018년 12월 외국인 진료만 허용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으나, 뤼디그룹은 내국인도 진료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개원을 거부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의료 공공성 강화 기조와 맞물려 당분간은 영리병원 설립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운 sukim@donga.com / 제주=임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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