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인문학이 성숙한 인생을 만들어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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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균 계명-목요철학원장
철학 무료강좌 목요철학 인문포럼
4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서 밝혀

백승균 계명-목요철학원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시대를 함께 창조해 나갈 수 있도록 철학과 인문학 확산에 기여하는 것이 목요철학의 시대적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명-목요철학원 제공
백승균 계명-목요철학원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시대를 함께 창조해 나갈 수 있도록 철학과 인문학 확산에 기여하는 것이 목요철학의 시대적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명-목요철학원 제공
“미래 인문학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백승균 계명-목요철학원장(84)은 12일 목요철학 인문포럼 40주년의 의미를 이렇게 답했다. 백 원장은 “지난 40년 동안 목요철학이 걸어온 역사를 되돌아보고 고찰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자축할 시간이 없다. ‘트랜스휴머니즘시대(과학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 문화적 운동)에서도 철학과 인문학이 통용될 수 있을까’라는 경각심을 갖고 목요철학 인문포럼이 갈 방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무료 공개강좌를 마련한 계명대 목요철학 인문포럼(목요철학)이 8일 40주년을 맞았다. 계명-목요철학원은 같은 날 수성구 범어도서관에서 기념 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백 원장은 목요철학을 이끈 주인공이다. 그는 “1975년 독일에서 역사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이듬해 계명대 철학과 교수로 부임했는데 강의실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다. 서양과는 달리 교수들이 판서하고 학생들이 필기하는 것이 당시 강의의 전부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백 원장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지적 욕구는 넘쳤지만 이를 해소할 방안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백 원장과 함께 40대 동료 교수였던 변규용 교수와 김영진 교수가 뜻을 같이했다.

백 원장은 이들과 의기투합해 ‘철학의 대중화와 대중의 철학화’를 주제로 1980년 10월 8일 목요철학 첫 강의를 열었다. 계명대 대명캠퍼스 도서관 강당을 개방해 학생과 시민이 어울려 철학 강의를 듣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목요철학은 단순한 철학 강의를 넘어 권위주의 시대에 맞선 시민들의 공론의 장이자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학습의 장이 됐다. 처음에는 강의 주제가 서양철학이었으나 차츰 사회와 문화예술 등의 분야로 내용을 확대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500여 명이 몰려 강당 밖 복도까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백 원장은 “김지하 시인과 박이문 교수 등 국내 주요 철학자와 시인 등은 물론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와 호주의 피터 싱어 등 해외 유명 철학자들도 강단에 섰다”고 말했다.

계명대는 2011년 부속기관으로 계명-목요철학원을 설립하면서 철학과 인문학의 대중화에 힘을 보탰다. 강의실은 대학을 벗어나 광장으로 나가자는 의미에서 대구시립중앙도서관으로 장소를 옮겼다.

백 원장은 “목요철학은 매회 평균 230∼250여 명이 청강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강좌로 진행하는데 실시간 시청자가 150명 이상일 만큼 대구시민의 지적 욕구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백 원장은 철학과 인문학이 성숙한 인생을 만드는 길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사람이 백 년을 살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 년을 사람답게 살았다는 의미가 중요하다. 내 삶과 사람의 삶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닉하고 고찰하는 철학과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2014년 시민들이 직접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인문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그는 “앞으로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이 영원히 산다고 가정했을 때 우주의 생체 리듬은 어떻게 될까 등의 철학적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며 “인간 죽음의 문제가 50주년을 내다보는 목요철학에 새로운 주제와 논쟁거리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백승균 계명-목요철학원장#목요철학 인문포럼 40주년#철학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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