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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도연 칼럼]교육은 미래를 위한 복지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20-09-10 03:00업데이트 2020-09-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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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예산 편성에도 교육 분야 소외
반값등록금에 일부 사립대 도산 위기
‘지원-인재육성-배출’의 선순환 필요
미래 위한 정부, 교육에 큰 관심 갖길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정부가 2021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556조 원에 육박하는 소위 초(超)슈퍼급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의 예산 규모가 400조 원이었으니 그간 무려 156조 원이 늘었다. 세계은행 발표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2017년 국내총생산(GDP)은 1조6200억 달러, 2019년에는 1조6400억 달러였다. 이렇게 우리나라 경제는 그동안 제자리걸음이었고, 그나마 금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히려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버는 것은 시원치 않았는데 쓰임새는 크게 증가했으니 나랏빚이 그만큼 늘어날 것은 너무 당연하다.

예산은 워낙 큰 액수여서 사실 그 규모를 실감하기 어렵다. 실제로 1조 원이란 도대체 얼마나 큰 액수일까? 만일 태어난 직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100만 원씩 쓸 수 있다면 이는 대단히 호화로운 삶일 것이다. 그렇게 100년을 살아도 일생 동안 필요한 돈은 365억 원이다. 1조 원은 무려 3000년 가까이 매일 100만 원씩을 쓰며 살 수 있는 엄청난 돈이다. 그런데 내년 예산에는 수입보다 지출이 무려 73조 원 더 많이 잡혀 있다. 우리가 이렇게 당겨쓰는 재정으로 위축된 경제가 회복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아니면 어마어마한 부채를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2022년에는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예산은 나라살림을 12개 분야로 나누어 편성한다. 그중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복지예산이라 불리는 보건, 복지, 고용 분야다. 내년에는 여기에 200조 원이 투입된다. 2017년 130조 원이었던 복지예산이 그 사이 성큼성큼 늘었다. 한 번 자리 잡으면 줄이기 어려운 것이 복지예산인 만큼 이는 앞으로도 나라살림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내년 예산은 금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43조 원이나 늘어났기에 국방, 외교, 환경 등 각 분야별 예산액도 빠짐없이 증가했다. 그런데 여기서 유일한 예외는 교육 분야로 그 예산은 금년 72조6000억 원에서 내년 71조 원으로 줄었다. 위정자들도 교육에 대한 더 이상의 투자를 필요 없다고 여기지는 않았겠지만, 우선순위에서 교육을 뒤로 밀어낸 듯싶다.

그런데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 축 위에 살고 있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래를 생각하고 이를 준비하는 존재는 인간뿐이며 그러기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이는 한 국가도 마찬가지다. 몹시도 곤궁했던 지난 시절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며 학비를 마련해 자식들을 교육시킨 부모님들 덕에 우리는 오늘의 번영과 풍요를 이루었다.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여기에 정성을 쏟는 사회에 밝은 미래가 찾아온다.

국민 대부분이 불만을 갖고 있는 초중등 공교육은 실제로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서열화된 대학으로 인한 과열 입시경쟁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대학 혁신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이란 엄청난 국가적 갈등을 겪으면서, 미국이 혼돈을 벗어나 화합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학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이를 위해 대규모 캠퍼스 부지를 연방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소위 토지 불하(land grant) 대학들을 설립했다. 미국의 많은 주립대학들은 물론이고 매사추세츠공대(MIT) 같은 사립대학들도 여기에 속한다. 정부와 사회가 대학을 지원하고 대학은 미래에 활약할 인재를 교육해 사회로 배출하는 선(善)순환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모두 350여 개의 대학이 있다. 그중 300여 개는 사립대학으로, 대학생 4명 중 3명꼴은 여기에 다니고 있다. 이처럼 사립대학 비중이 높은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뿐이다. 일본은 600여 개 사립대학 교직원 인건비의 절반과 운영비 일부를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학생 등록금에만 주로 의존하는 우리 사립대학들은 지난 10년 넘게 유지해 온 ‘반값 등록금’ 때문에 이미 도산했어야 할 형편에 처한 곳도 허다하다. 지금처럼 계속하면 결국 많은 대학은 그 길로 갈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정부라면 이런 교육 문제에 훨씬 더 큰 관심을 지녀야 한다. 보건과 고용 등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위한 ‘현재 복지’라면 교육은 자라나는 젊은이를 위한 ‘미래 복지’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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