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쌀의 날과 ‘밥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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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한자 쌀 미(米)를 분해하면 八, 十, 八이 되는데 쌀 한 톨을 얻기 위해선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 번 필요하다는 의미다. 농업인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이 제정한 ‘쌀의 날’이 올해로 6회째를 맞는다.

쌀 농업은 여전히 우리 농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쌀이 지닌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지난해 쌀 생산액은 8조8000억 원으로 전체 농업 생산액의 18%다. 논과 쌀의 공익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3조 원에 이른다. 식량 안보는 물론이고 자연 경관과 환경 보전,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수자원 확보와 홍수 방지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쌀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젊은층을 중심으로 탄수화물이 비만의 원인이라고 생각해 밥을 잘 먹지 않으려 한다. 실제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약 59kg으로 10년 전보다 15kg이나 감소했다. 하지만 쌀은 탄수화물 외에도 당질, 단백질, 지방, 무기질, 식이섬유 등 유익한 영양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쌀 중심의 식단이야말로 비만과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 등 성인 질환을 예방하는 균형 잡힌 식단이다. 쌀이 비만의 원인이라면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 일본의 비만 인구 비율이 높아야 하지만 오히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다음으로 쌀값에 대한 오해다. 쌀값이 조금 올랐다 싶으면 마치 쌀이 물가 상승의 주범인 것처럼 얘기되곤 한다. 실제로 밥 한 공기를 짓는데 100g 남짓의 쌀이 들어가는데 값으로 따지면 현재 약 260원 정도다. 전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더라도 통신장비와 서비스 비중이 3.69%인데 비해 쌀을 포함한 곡물 비중은 0.56%에 불과하다. 쌀을 포함한 농산물 가격이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현재 쌀 생산 농업인과 농협은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품질의 쌀을 공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먼저 좋은 벼를 생산하기 위해 계약재배를 시행 중이다. 계약재배를 하면 지역별로 가장 적합한 품종을 선정하고 동일한 재배법을 적용할 수 있어 우수하고 안전한 벼를 얻는다. 수확된 벼는 건조저장시설에 신선하게 보관됐다가 연중 도정시설을 통해 고품질의 쌀로 다시 태어난다. 국내 쌀 도정시설과 기술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선진화됐다. 또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중이다. 쌀스낵, 그래놀라, 파스타 등 간편 대용식부터 쌀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해 국산 쌀 소비 촉진에 앞장서고 있다.

농업인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농업인의 땀과 정성을 인정하는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쌀의 날을 맞아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처럼 쌀의 가치와 농업인의 땀을 다시 한번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쌀의 날#쌀값#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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