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량-기간 철저 관리… 의료용 마약류 의존현상 막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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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국 가톨릭의대 교수 인터뷰
“식욕억제제도 의료용 마약 포함… 오남용시 급성정신병 증상 우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고 있다. 하지만 불법 마약류에 비해 오·남용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중독 위험과 예방에 대한 정보가 환자, 의료진 모두에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해국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는 “의료용 마약류 사용 위험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에서 특히 오·남용되는 약물은 무엇인가.

“펜타닐과 같은 아편계 진통제, 프로포폴과 같은 마취진통제, 졸피뎀과 같은 최면진정제, 디아제팜과 같은 항불안제, 펜타민과 같은 식욕억제제 등이다. 통증 해소, 수면 유도, 불안 감소, 식욕 감소 등의 치료 효과가 있다. 공통적으로 도파민을 분비시켜 쾌감을 유발하는 대뇌의 보상회로에 작용하기에 치료 효과와 무관하게 의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용 마약류를 복용하고 있다면 어떻게 중독을 예방해야 하나.

“환자가 증상 조절을 위해 임의로 약을 증량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의료진은 처음 투여할 때부터 정확한 투여 목적과 사용법, 사용량, 사용 기간 등에 대한 설명을 제공해야한다. 오·남용과 의존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지 정기적으로 환자를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름에는 특히 식욕억제제의 오·남용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신체대사를 늘리고 각성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오·남용 시 폐동맥고혈압 등 혈압 상승과 심계항진(두근거림)이 발생할 수 있다. 정신 작용으로는 불안, 예민성, 불면증, 심한 경우 급성 정신병적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실제 다이어트 목적으로 펜타민 등을 복용한 젊은 여성들이 환청, 피해망상을 겪어 응급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양극성 장애나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재발을 유발하기도 한다.”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으로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치료법은 무엇인가.

“과량 복용으로 인해 호흡부전과 심장마비가 와서 응급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흔하다. 급성으로 발생하는 정신병적 증상이나 수면 중 이상행동 등도 심각할 경우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어 응급 진료가 필요하다. 이밖에 변비나 불면, 불안, 주간 졸음, 주의 집중력 저하 등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은 약물 감량, 증상에 맞는 치료제나 대안 약물 처방 등이 필요하다.”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예방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단순히 마약이 나쁘다는 과거 방식의 교육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다. 초중고 시절부터 약물이 작용하는 뇌과학적 지식이나 과학적 예방교육이 필요하다. 오·남용과 의존현상 발생을 모니터링하고 위험이 있을 경우 조기에 개입해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해국 가톨릭의대 교수#의료용 마약#약물 오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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