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회적 가치’ 구실로 적자 낸 공공기관에 성과급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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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수조 원의 적자를 봤지만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우수(A) 등급을 받았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봤지만 양호(B) 등급이 나왔다. 이들 기관의 직원들은 150∼240%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정부가 어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확정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도 90% 이상의 공공기관이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들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 시책에 부응해야 한다는 면에서 민간 기업들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 평가에서 일자리 노사관계 등 ‘사회적 가치’ 비중을 높이는 바람에 경영성과와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측면이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을 제외한 337개 공공기관의 부채가 525조 원을 넘어 역대 최대였다. 전년도보다 21조 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반면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은 총 6000억 원으로, 2016년 15조 원에서 크게 줄었다.

민간 기업이라면 허리띠를 졸라맬 법하건만 공공기관들은 반대로 덩치를 불렸다. 공기업들의 정원은 2년 연속 3만 명 이상 늘어나 지난해 사상 처음 40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요구하는 첫 번째 사회적 가치가 일자리라서 효율성은 도외시하고 몸집 불리기에 올인 한 것이다. 에너지 전환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부 사업에 끌려다니다 수익성은 악화되고 부채는 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에는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고객 만족도를 조작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극심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알짜기업들도 줄줄이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공공기관은 전염병 대란과 경제난에도 직원들이 해고되거나 월급이 끊길 염려가 없는 ‘신의 직장’이다. 그런 공공기관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혁신과 경영 합리화에 앞장서야지, 정부 코드 뒤에 숨어 방만경영을 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경영 합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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