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화재, 안전조치 없이 용접하다 발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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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건축주 등 9명 영장신청
경보장치 없고 대피로 막혀… 또 人災

38명이 숨진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 참사는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용접을 하다 불티가 가연성 소재에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천화재 수사본부장은 15일 브리핑에서 “지하 2층에서 산소 용접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건물 천장과 벽면 우레탄폼에 튀어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티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로 천장과 우레탄에 옮겨 붙은 뒤 산소 공급이 원활한 출입문 인근에서 불이 붙어 빠르게 확산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티는 1600∼3000도의 고온으로 우레탄폼 등의 단열재에 튀게 되면 곧바로 화재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안으로 타들어 갔다가 시간이 흐른 뒤 본격적으로 불길이 치솟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사 기간을 줄이려고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투입하면서 오히려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판단했다. 화재 당일 평소보다 약 2배 많은 67명이 현장에서 일했다. 지상 2층 조리실 내부에서는 12명이 소방배관 등의 작업을 하다 모두 숨졌다. 엘리베이터 관련 작업도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진행하다 작업자 3명이 숨졌다.

하지만 공사는 기본적인 안전장치마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비상 유도등, 간이 피난 유도선 등 임시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비상경보장치도 없어 지하 2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에서 일하던 이들은 화재 발생을 늦게 알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용접작업을 할 때는 방화포와 불꽃 및 불티 비산방지 덮개를 설치해야 한다. 2명이 1개조를 꾸려 작업해야 하지만 이런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안전을 무시한 건축 설계 변경과 시공도 진행됐다. 만일 지하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밖으로 대피하도록 소방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방화문을 설치해야 할 공간은 벽돌을 쌓아 막았다. 경찰은 건축주와 시공사, 감리단, 협력업체 등 공사 관계자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하고 피해가 늘어난 근본적인 원인인 공사 기간 단축과 관련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이천 물류창고 화재#용접#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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