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달러 사재기’ 열풍… 불안감에 탈출 꾀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보안법-특별지위 박탈 우려… 해외 이민 문의도 폭증 사태
英선 시민권 제공 방안 검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과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예고로 홍콩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 시민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 해외 이민 문의도 20배까지 급증하는 등 홍콩 ‘엑소더스’ 조짐이 뚜렷하다.

지난달 29일 홍콩 곳곳의 환전소에는 홍콩달러를 미국 달러로 환전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주요 환전소의 달러가 동났다. 삼수이포 환전소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 달러 수요가 10배 늘어 600명을 돌려보냈다. 일부는 한 번에 수십만∼수백만 홍콩달러를 달러로 바꾸려 한다”고 전했다. 미 달러를 구하지 못한 일부는 영국 파운드, 유로, 호주달러, 대만달러 등을 택했다. 미국이 홍콩에 중국과 차별화된 경제 무역 특혜를 제공해 온 홍콩 특별지위 철회를 경고한 뒤 ‘홍콩달러 환율을 미국 달러화 가치에 연계시킨 페그제 붕괴로 홍콩 금융시장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 홍콩 시민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또 이민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는 로이 람 이사는 31일 동아일보에 “이전에는 하루 5, 6명이 고작이었는데 지금은 약 100명이 이민을 문의한다. 절반은 대만을, 나머지 절반은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을 희망한다”고 전했다. 재산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시민도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가 강화돼 자유가 위축될 것을 우려할 뿐 아니라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로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가 사라져 홍콩 경제가 휘청일 것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홍콩 시민의 대만 이민은 지난해 6월 반중(反中) 시위 이후 급증해 지난해에만 5858명이 대만으로 갔다. 2018년보다 41.1% 늘었다. 지난해 10월 한 달에만 이민자 수가 1243명에 달하는 등 이민자 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홍콩 보안법 사태로 더욱 급증한 것이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서인 대륙위원회의 천밍퉁(陳明通) 위원장은 “홍콩인의 대만 이주를 위한 지원책을 일주일 안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1842년부터 1997년까지 155년간 홍콩을 통치했던 영국은 홍콩 인구(약 750만 명)의 39%인 290만 명에게 영국 시민권 부여 자격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28일 “현재 해외시민(BNO) 여권을 보유한 홍콩 시민 35만 명에게 영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홍콩 주민에게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일할 수 있는 영주권 혹은 미국 시민권을 제공하자”고 주장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홍콩 국가보안법#엑소더스#홍콩달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