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묵념[청와대 풍향계/한상준]

한상준 정치부 기자 입력 2020-05-05 03:00수정 2020-05-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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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4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이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사망자들을 위로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한상준 정치부 기자
매주 월요일 오후 2시, 청와대 여민1관 3층에서 열리는 수석·보좌관회의는 청와대의 가장 중요한 회의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이 회의에는 세 명의 실장을 포함해 모든 수석, 비서관이 참석해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회의는 문 대통령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되지만, 지금까지 95번의 회의 중 예외가 딱 두 차례 있었다.

“침몰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을 위로하는 묵념의 시간을 잠시 갖도록 하겠습니다.”

2017년 12월 4일 수보회의에서는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섰다. 문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참석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인 뒤 자리에 앉아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장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전날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는 낚싯배가 전복됐다. 사고로 15명이 숨졌다.


“정면 중앙의 가장 높은 카메라를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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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수보회의가 열리기 전 분위기는 여느 때와 사뭇 달랐다. 참모들은 왼손 손바닥을 펼쳐 명치까지 올리고,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세워 왼손 위에 얹는 연습을 했다. 문 대통령이 입장하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은 밝은 표정으로 두 차례 외쳤다.

“의료진, 덕분에! 국민,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헌신한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하는 ‘덕분에 챌린지’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기여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방역 활동 참여, 정부의 총력 대응으로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4일까지 1만801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9217명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 검사 규모도, 완치율도, 현격히 낮아진 확산 속도도 모두 세계 어느 나라와 견줘 봐도 뒤지지 않는 성과다.

그러나 성과 뒤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숫자가 있다. 252.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규모다. 이날도 국내 감염은 단 한 건도 없었지만, 2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문 대통령은 이날까지 회의, 정상 통화, 현장 방문, 간담회 등을 통해 110번의 코로나19 관련 메시지를 냈다. 이 중 사망자에 대한 애도 메시지를 낸 건 3월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 모두 발언이 유일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비해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희생되신 분들과 유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애도보다 뒤이은 내용이 더 부각됐다. 당시 회의에서는 헌정 사상 최초로 국민에게 현금성 지원을 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역시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에 더 무게를 두고 적극 홍보에 나섰다.

청와대마저 코로나19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면 자칫 코로나19 사망자들은 쉬이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는 그간 우리 사회가 겪었던 대형 사건 사고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대형 사고는 특정 시각, 특정 장소에서 벌어졌다. 매년 4월 16일이 되면 304명의 세월호 아이들을 떠올리고, 외국에서 건물이나 다리가 무너졌다는 뉴스를 접하면 곧바로 생각나는 장소들이 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252번의 이별은 시간도, 장소도 모두 다르다. 코로나19로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은 별도 모임도 만들지 못하고 당연히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일도 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을 챙기는 건, 결국 국가의 몫이다.

30번에 달하는 정상 통화는 우리의 방역 성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쇼크 극복도, 방역 시스템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우선 해야 할 것은 코로나19 희생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애도와 책임감이다. 2017년 12월 4일, 묵념을 마친 문 대통령이 말했던 것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기 때문이다.
 
한상준 정치부 기자 alwaysj@donga.com

#수석·보좌관회의#문재인 대통령#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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