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불안해하면 조직을 망친다[Monday DBR]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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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화상으로 회의가 잡혀 있어서 평소보다도 더 힘듭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는 한 대기업 직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이어 진행된 화상회의 때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와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기업 경영자들의 불안도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을 신뢰하지 못해 불필요한 회의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시간마다 업무 보고서를 내라고 닦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상치 못한 위기의 상황에서 리더가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도한 불안은 조직 전반에 확산되고,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를 더욱 저하시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도하지 않았고 예상할 수도 없었던 위기 상황에서 리더는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불안을 잘 다스리고 스스로가 조직의 성장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는지 다뤄보고자 한다.

기업체 임원 코칭을 진행해 보면 불안도가 높은 리더들은 몇 가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첫째, 자신의 내적 요인을 과도하게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즉 ‘이 상황은 나의 능력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이런 리더들의 경우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개인으로서는 예상할 수도, 막아낼 수도 없는 돌발적인 상황조차도 자신이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주변으로 전파돼 구성원들을 더욱 독촉한다.

둘째, 자신이나 타인이 한 실수에 대해 가혹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이런 리더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적 상황에 대해서조차 자신 혹은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여긴다. 때론 희생양을 만들기도 한다. 무언가 상황을 악화시킨 사람, 그 사람에게 모든 잘못을 몰아서 단죄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조직 내에는 공포 분위기가 조성될 수밖에 없다.

셋째, 흑백논리 또는 이분법적 사고다. ‘도 아니면 모’라는 식의 사고가 발달한 사람의 경우 문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기보다는 파국적 사고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분기에 성과를 내기 어려우니 올해는 모두 망쳐버렸다. 나의 경력과 조직의 미래는 이제 가망이 없다’는 식으로 과도하게 비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리더의 심리 상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우선, 멈춰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기능적인 사고가 자신의 판단과 생활을 좌우하지 못하도록 잠깐 멈춰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심리학적으로 메타인지(Metacognition)라고 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합리적인지, 상황에 대한 다른 가능한 해석은 없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부정적 감정과 행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설령 회사의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졌다 해도 그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파이기 때문에 조직의 리더인 내가 예상할 수도 없었고, 또 불가항력의 상황이기 때문에 나나 부하직원이 책임을 지거나 추궁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일정 기간 생산량이 감소한다 해도 회사가 완전히 파산하거나 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원래 거래처로부터의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져서 당분간은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을, 다른 원자재 수급 루트를 찾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기업 조직 차원에서도 리더들이 불안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상황이 어려운 만큼 현실적으로 핵심 성과지표를 하향 조정하고, 실제 책임에 따른 공정한 성과 관리를 해야 한다. 구성원부터 리더에 이르기까지 조직 내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무엇이고 그에 대한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면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의 돌발변수에 개인이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며 모든 것을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는 일은 적을 것이다.

기업도 리더도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하는지에 따라 유연한 대처를 통해 회복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반대로 불안 속에 잠재해 있던 문제들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93호에 실린 ‘쇼크를 이기는 리더 심리학’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경민 마인드루트 대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mlee@mindroute.co.kr
#코로나19#메타인지#내적 요인#흑백논리#이분법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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