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갯벌 규조류 이용해 신재생에너지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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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 해양 프로젝트 심포지엄… 지난달 14개국 석학들 모여 논의
북한서 채취 우뭇가사리 해조류 등… 고부가가치 산업소재 활용 가능성

지난달 2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남북 공동 해양 글로벌 프로젝트 심포지엄’에 마틸드 벨기에 왕비(왼쪽)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참석했다. 겐트대와 북한 평양과학기술대 등 세계 15개 기관은 해양 바이오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제공
지난달 2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남북 공동 해양 글로벌 프로젝트 심포지엄’에 마틸드 벨기에 왕비(왼쪽)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참석했다. 겐트대와 북한 평양과학기술대 등 세계 15개 기관은 해양 바이오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제공
지난달 2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겐트대 글로벌캠퍼스(한국캠퍼스)에서는 세계 14개국 석학들이 모인 가운데 ‘남북 공동 해양 글로벌프로젝트 심포지엄’이 열렸다. 겐트대가 벨기에 최고 명문 국립대인 것을 반영하듯 방한 중이던 마틸드 벨기에 왕비가 자리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참석해 한반도 해양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토론을 지켜봤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북한 평양과학기술대학 김필주 학장도 참석했다. 김 학장은 손바닥 크기의 실타래처럼 생긴 빨간색 해조류를 소개했다.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와 불과 17km가량 떨어진 황해도 마합도 갯벌에서 채취한 우뭇가사리(한천)였다. 전 세계 우뭇가사리 유통량의 50%를 공급하는 모로코가 최근 자원 보호를 이유로 공급량을 절반가량 줄이자 가격이 급등해 관련 업계는 난리가 났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우뭇가사리 집단 서식지가 모로코 말고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북한 마합도에 군락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를 모르고 있다가 지난해 12월 평양을 방문한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에게서 처음 들었다고 한다. 한 총장은 “‘네이처’에 실린 논문과 해양수산부 보고서를 통해 마합도에 우뭇가사리 군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북한 당국은 뒤늦게 현장 실사를 벌여 대규모 서식지를 확인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우뭇가사리에서 추출한 아가라는 성분은 미생물 배양의 필수물질이다. 그 밖에도 치매 치료제, 화장품, 활성탄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레드 골드’라 불린다. 겐트대와 평양과기대는 우뭇가사리 양식 및 배양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갯벌에 서식하는 규조류(硅藻類)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놓고도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규조류는 지질 성분이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질을 추출해 바이오디젤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이 소개됐다.

겐트대는 이를 토대로 서해 일대에 서식하는 규조류를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갯벌 유전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핵심은 규조류 배양과 지질을 저비용으로 얼마나 잘 추출할 수 있는가이다. 또 추출한 지질을 얼마나 많이 바이오디젤로 전환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한 총장은 “갯벌 1ha에 있는 규조류에서 제네시스 750대의 운행 연료를 추출할 수 있다”며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인천 강화도와 황해도 갯벌을 ‘유전(油田)’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겐트대 연구팀은 강화도와 황해도 갯벌 7만5000ha 속 규조류를 신재생에너지로 개발하면 직접 경제효과 2조 원, 고용유발을 비롯한 간접 경제효과가 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겐트대는 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융·복합 생물탐사 플랫폼과 스마트 바이오매스 생산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1871년 벨기에에서 개교한 겐트대는 농업과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벨기에 밖에서는 유일하게 송도국제도시에 본교 시스템을 적용하는 캠퍼스를 두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남북 공동 해양 프로젝트 심포지엄#신재생에너지#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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